[盧대통령 시정연설] '향후 정책현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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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 사교육비 해결을 위한 교육혁신, 국가균형발전론 등을 강도 높게 거론한 것은 '재신임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불신임시 '내년 2월 대통령직 사퇴와 4월 대통령 선거'라는 배수진(背水陣)을 쳐 퇴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국정 현안들에 대해 자신의 '색깔'을 담은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국민의 지지를 모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밝힌 노 대통령의 정치ㆍ정책구상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찬반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돼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선거공약성 시정연설
이날 시정연설에서 노 대통령이 밝힌 정책구상들은 '대통령 선거공약'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업 투자와 내수 침체에 따른 경기부진 장기화 등 당면한 경제현안에 대해 국정 책임자로서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부동산ㆍ교육ㆍ지역균형발전 등 서민계층을 주로 염두에 둔 개혁정책을 제시하는데 치중했다는 것.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에 특정한 정책을 연계시키지는 않겠다면서도 2개월 뒤의 재신임 투표를 겨냥한 '공약' 성격의 언급이 시정연설의 주류를 이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과 보수성향 중산층 등의 불만을 끌어안기 위해 출자규제 완화 등 보다 시장친화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통 지지기반에 충실한 '코드'를 추구할 것임을 재확인함에 따라 재신임투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경기상황 언급은 거의 없어
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소비진작책이나 투자촉진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재계와 정부 일각에서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계좌추적권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 "미국과의 우정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비용과 명분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결코 조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노 대통령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향후 커다란 논란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노사부문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을 뿐 기업의 대항권 신설 등 새로운 노사관계 정착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민감한 문제들은 피해갔다.
◆ 부동산 투기억제, FTA 체결은 서두를 듯
노 대통령은 "정부가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토지를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달말 부동산 투기대책을 발표할 때 향후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대책들도 함께 공개하는 정책예고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매매허가제 등을 포함한 토지공개념을 주택에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부동산 투기세력을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FTA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다"며 "조만간 전세계적으로 3백여개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단 하나의 FTA도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첫번째 출발점으로 삼아 세계의 대세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고,농민들에 대해서는 'FTA 이행특별법'을 제정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FTA 체결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은 수용할 수 없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