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亞순방에 달러매수 '가속' ‥ 원ㆍ달러 환율 하룻동안 19원 급반등

달러 약세(원화 강세, 원ㆍ달러환율 하락세)가 추세로 굳어져 가던 국내 외환시장에 갑작스런 경고등이 켜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14일 하룻동안 19원이나 급반등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은 당혹감에 휩싸였고 환율이 상승한 원인을 찾아내느라 분주했다. 일각에서는 '노랑머리' 환투기 세력들의 일시적인 '작전'이라는 해석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또 환율이 이제 바닥을 쳤다는 발빠른 분석도 고개를 내밀었다. ◆ 원-엔화 동조화 재연 지난 7일 이후 5일 연속(거래일 기준) 내림세를 보였던 원화 환율은 이날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1천1백56원대로 10원 가까이 급등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17,18일)중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방향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전날 달러당 1백8엔대 초반이던 엔화 환율은 이날 1백9엔대로 치솟았다. 국내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도 오름세를 부추겼다. 오후 들어서도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줄곧 달러 매도에 치중했던 국내 은행들을 중심으로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져 상승세에 가속을 붙였다. 이른바 '쇼트 커버링'(달러가 부족한 포지션을 만회하기 위한 매수전략)용 달러 매수세가 꼬리에 꼬리를 문 것이다.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대금 결제수요가 보통 연말에 집중된다는 우려도 환율을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환율이 상승세를 탈 경우 정유사들은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확보하려고 대거 달러 매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 환투기 세력에 말렸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날 환율 급등요인 가운데 하나로 환투기 세력들의 의도적인 플레이를 꼽았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1천1백45원선을 중심으로 정체되면서 투기세력들의 차익실현 기회가 크게 줄었다"며 "이날 역외 매수주문이 갑자기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환투기 세력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등으로 환율이 더 이상 내려가기는 힘든 만큼 반대로 환율을 밀어 올려 변동폭을 넓혀놓은 뒤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 환율 전망, 안개속으로 환율이 예상 밖으로 급등함에 따라 향후 환율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추세적인 하락을 점치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고상준 한미은행 차장은 "원화환율이 1천1백60원선으로 급등하긴 했지만 꾸준히 이어져 온 달러 약세기조나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등을 감안할 때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