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행복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은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하는 글이다. 신혼 초 실직한 남편은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아내를 위해 어렵사리 쌀을 구해 점심상을 차린다. 점심상이라야 밥 한 그릇에 한 종지의 간장이 고작이건만 남편은 '왕후의 밥,걸인의 찬'이라는 쪽지를 남긴다. 정성을 다한 남편의 마음에 아내는 왕후가 된 것보다 더한 행복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다. 참된 행복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행복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저마다 느끼는 행복의 질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회에서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풍요한 물질과 지적인 능력,사회적 명성이 행복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행복은 배우자 사이의 믿음과 사랑,가족간의 유대감,장래에 대한 희망,우정 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행복도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사고가 그 바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풍요로워졌는데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에 가슴아파하고 더 큰 부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증거다. 보릿고개 시절, 친척과 이웃간의 훈훈한 정을 되새기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얘기들이 많은 것만 봐도 그러하다. 엊그제 호서대 연구팀이 조사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7.7점으로 나왔다. 기준은 다르지만 지난 4월 서울대에서 조사한 행복지수보다 몇달 사이 무려 9점 정도가 낮아졌다. 이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작금의 정치·사회적인 불안이 '희망'의 싹을 자르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바둥대며 사는 생활이라 해도 사소한 일에 만족할 줄 알고 남을 위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다면 행복은 저절로 키워질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행복은 내 마음 속에서 자란다는 사실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