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솔로몬의 지혜.. 김영훈 <대성글로벌에너지네트웍 회장>

chairman@daesunggroup.com 먹고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차라리 이민이나 가야겠다는 푸념도 들린다. 한편에선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언성을 높이고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일도 허다하다.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많은 일들이 꼬일대로 꼬여서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답답하다. 과연 이 매듭을 풀 방법은 없을까. 문득 솔로몬이 생각난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판결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재판 가운데 가짜 엄마와 진짜 엄마의 다툼에 관한 것이 있다. 솔로몬은 한 아기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 중 진짜 엄마를 가려내기 위한 방법을 궁리해낸다. 솔로몬은 궁리 끝에 칼로 아기를 절반으로 잘라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판결인가. 그런데 그 순간 진짜 엄마가 가려진다. 아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차마 죽게는 할 수 없었던 엄마의 사랑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이 판결은 여러모로 느끼게 하는 바가 많다. 극단적인 방법임에 분명하지만 아기를 둘로 나눈다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처하자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가 판별됐다. 어차피 가짜 엄마는 충실해야 할 본분이랄 것도 없으므로 논외로 치자. 그렇다면 진짜 엄마는 왜 그 순간에 아기를 포기했을까. 어미로서의 본분에 더 무게가 기울었기 때문이 아닐까. 말하자면 솔로몬은 어미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것이 진짜 엄마,진정한 주인이라고 가르친 게 아닌가 싶다. 어미의 본분은 바로 모성애다. 진짜 엄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나의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자칫 사랑하는 내 아기를 해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사랑은 정녕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감싸고 믿으며 참아내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세상 일도 그랬으면 한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 보니 아옹다옹 다툴 일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내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그것이 진정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일인지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정말 추구해야 할 본질은 또 무엇인지,혹시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 어지럽게 꼬인 세상 일도 다소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의 본분을 차분히 되돌아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