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not taught but caught'..박성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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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을 많이 내는 핵심요인이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알려드렸다.
그러면 지출을 확 줄이는 획기적 방법은 있을까?
그 놀라운 비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본을 보여라'는 것이다.
'not taught but caught'라는 중요한 교육원리가 있다.
사람은 teach되기보다 catch하는 쪽이라는 것이다.
일본 속담에도 '아이는 아비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비용 의식을 가지고 경비를 줄이게 하려면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모델이 될 최고경영자의 본이 가장 중요하다.
그의 '말'이 아닌 '행동'과 '사는 모습'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기준이 되어 catch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중역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데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직항을 타지 않고 일본을 거쳐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 내가 이코노미석을 타고 출장을 다니는 것이 그에게 catch되어 그의 기준이 된 것 같다.
오래 전 유럽의 전시회를 여러 차례 직원들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일을 하다 보면 점심도 거르며 종일 걷게 되고 숙소에 와서도 밤 늦게까지 회의하며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대개 한번의 출장에서 1백km이상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내가 직원들과 같이 출장을 다니지 않아도 이것이 잘 catch되어 직원들이 해외출장을 가면 내가 했던 것처럼 일한다고 한다.
경영자의 사무실 크기,집기,자동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모두가 쉽게 쓰는 데는 당할 회사가 없다.
많이 팔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는 에너지가 안 들지만 낮추는 데는 큰 수고가 따른다.
작은 사무실,격이 떨어지는 차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돈 때문에 고통받고 마음 고생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우리 회사는 IMF 전보다 직원들의 평균 급여를 85%가량 올렸다.
그런데도 날로 수익은 커가고 있다.
비용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최고경영자의 본으로부터 시작된 비용절감은 수익을 증가시키고,결국 회사와 직원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