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까시나무 .. 최종수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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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월이면 상큼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찌르는 추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아카시아(나무)'라는 이름은 사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엄연히 다른 상록수의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아까시나무'다.
이 아까시나무는 산림공무원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있는데 아까시나무 만큼 사랑과 미움을 함께 받는 나무도 드물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아까시나무 꽃씨를 채취해서 학교에 제출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적고 헐벗어 사방사업으로 흙이 내려가지 않도록 산을 녹화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그래서 쉽게 번식하고 뿌리혹박테리아로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었다.
또 이 때는 연료로도 아까시나무를 많이 활용했다.
아카시아나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산에 널리 심어진 이 아까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으로 1900년대 초에 도입돼 전국에 식재됐다.
일제 때 전쟁용으로 소나무를 베고 빨리 자라는 아까시나무를 심어 나라 망치는 나무라는 인식도 생겼다.
최근에는 강한 뿌리가 다른 나무를 위협해서 생태계를 망치는 나무라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아까시나무는 정말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우리 눈에 자주 띄듯이 아까시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은 이유가 따로 있다.
사람들이 자꾸 베어내 위협을 느낀 나무가 살기 위해 줄기 옆에서 맹아지를 많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를 잘 가꾸어주면 곧게 자라고 재질도 우수해 건축과 목공예 등 고급용재로 쓰일 수 있다.
아까시나무의 좋은 꿀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아주 잘 자란 나무의 꽃에서 한해 수십만원의 꿀을 얻을 수 있다.
또 잎은 이뇨작용이 있어 신장치료에 효과가 있고,어린잎이나 꽃은 나물 샐러드 튀김요리 재료로도 그만이다.
아까시나무 꽃은 산림공무원들이 목매어 기다리는 꽃이다.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가을철 산불보다 몇배의 위력이 있는데,이런 산불도 아까시나무 꽃이 필 때면 위세가 약해진다.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났을 때 우리는 아까시나무 꽃이 피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람들 중에도 아까시나무처럼 사회에 요긴한데 잘못 평가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아까시나무 꽃을 생각하며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