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FTA 기피가 불러온 부작용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지지 않은 탓에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수출주도형 구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이러다 뿌리부터 흔들리지나 않을지 걱정을 감추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피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입찰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자동차도 수입관세가 10%에서 50%로 대폭 오를 예정이어서 시장에 발을 붙이기조차 힘들 것이란다. 기계 완구 전자제품 등에 대해 CE마크(공동강제규격인증) 제도를 시행중인 EU에서는 상호인증협정이 없어 시장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전에 정부간 협상을 타결했지만 아직도 발효시키지 못하고 있는 칠레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런 피해가 1백% FTA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국이 FTA 체결국과 비체결국을 차별대우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 무역대국중 유일하게 한 건의 FTA도 성사시키지 못한 나라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FTA의 영향이 지대함은 너무도 분명하다. FTA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53개가 발효중이며 2005년 말에는 3백개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유럽과 미주의 경우 대륙 차원의 자유무역시장이 출현하는 등 경제블록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부진한 편이었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 일본 인도 등이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협상을 적극화하고 있다. 전세계 교역량의 70%를 FTA 회원국간 거래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FTA는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됐다. 우리나라로서는 첫 케이스인 한·칠레 FTA의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함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싱가포르 멕시코 아세안 등으로 대상 국가를 조속히 넓혀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단기적 손실이나 일부 이익단체의 반발 때문에 나라경제의 백년대계를 그르쳐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