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vs 인도ㆍ러시아

요즘 기업들이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대체로 소득상위 20% 계층에 중점을 두는 '20:80 전략·현금흐름(cash flow) 중시·해외진출'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중국을 선호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앞으로 1년 동안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약 90% 이상이 중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이유는 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인구 13억명이 이제는 상품을 사줄 수 있는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매년 8∼9%대의 높은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시장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국내 기업인들의 이런 낙관적인 시각과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 경제를 불안정한 '자전거 경제(Bicycle Economy)'라 부르고 있는 점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중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이 시각의 골자다. 물론 중국은 이런 내부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높은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국 국민과 산업을 끌어안으려는 귀속(Autarchy) 성향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동일한 성장을 한다 하더라도 이전에 비해 우리의 대중국 수출규모는 줄어드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의 견제가 심화된다는 의미다. 반면 인도가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우리의 모든 교역국 중에서 인도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최근 국내증시에서 인도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인도는 인구 12억명에 1인당 GDP가 4백달러 내외다. 과거 경험을 보면 1인당 GDP가 4백달러에서 1천달러에 이르기까지 외국상품의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는 우리처럼 소득불균형마저 심해 한 단계 높은 우리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들어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또하나 주목해야 할 국가가 러시아다. 러시아 경제는 푸틴 대통령이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한 이후 빠르게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6%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지난 3년간 주가상승률도 가장 높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을 충촉시킨 상태다.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단계로 회복한 데다 WTO도 세계경제경찰기구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WTO 가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앞으로 러시아가 WTO에 가입한다면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빠르게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우리와 러시아간의 경제관계가 수직적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이 잘 되지 못했던 것은 대외거래 결제가 불안정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면 대외거래의 안정성이 확보돼 우리와 경제협력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시 기업들은 이런 점을 예의 주시해 다시 한번 세계경영에 주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