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풍수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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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은 모든 기(氣)가 들어오는 곳이므로 깨끗하고 넓고 밝게 한다.
노랗고 둥근 물건이 돈을 부르니까 동쪽에 창이 있는 방 서쪽을 노란색 물건으로 장식하면 좋다.
동쪽엔 TV나 전화기처럼 소리나는 물건,동남쪽엔 초록색 물품을 두는 게 길하다.'
풍수인테리어의 내용이다.
풍수지리는 믿고 안믿고를 떠나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가족중 누가 자꾸 아프거나 일이 잘 안풀리면 은연중 조상의 묘자리나 집터가 나쁜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단독주택은 물론 고층아파트에서도 수맥을 차단한다며 동판이나 알루미늄호일을 깐다.
풍수인테리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가구ㆍ소품의 배치,실내 색상 등이 가정 및 회사의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다.
집에선 침대,사무실에선 책상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에서 시작,세세한 부분까지 다룬다.
통장 귀중품은 북쪽에 두는 게 좋으며,침구는 황금ㆍ베이지색이 괜찮고,머리는 창쪽을 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이다.
사무실 책상은 문을 등지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문에서 멀고 사무실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며,양 옆은 물론 뒤쪽도 벽에서 다소 떨어져야 기 순환이 자유롭다고 한다.
책상은 타원형보다 직사각형에 나무재질이 낫고,상판에 유리를 덮지 않아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국민은행이 본점 7층 행장실에 수맥이 지나간다며 가구의 위치를 바꿨다는 소식이다.
장기 입원했던 행장의 건강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국내 실내풍수론은 동양의 풍수설을 홍콩(중국)사람들이 서양사람 입맛에 맞게 콘텐츠화해 퍼뜨린 게 역수입됐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사무실을 개조할 때 풍수인테리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는 뉴스 등이 유행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만물에 기(氣)가 있고 이를 조절해 위험을 방지한다는데 관심을 두는 걸 탓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상이 문쪽을 향하고 문에서 멀어야 한다는 건 드나드는 사람을 쉽게 파악하고 공간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해 보인다.
'좋은 게 좋다'는 심정에서 바꿔볼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해야 좋다더라'식의 설에 집착하거나 너무 기대는 건 무리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