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세상 찾아 떠난 삶의 여로 .. 윤대녕 장편소설 '눈의 여행자' 출간

글쓰기만을 위해 제주도에 10개월째 머무르고 있는 작가 윤대녕씨(41)가 새 장편소설 '눈의 여행자'(중앙M&B)를 내놨다. 8년 전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 위로 내리는 눈을 본 뒤 눈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지난 2월 한달동안 일본을 다녀왔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설국'의 무대이기도 한 니가타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아키타를 거쳐 오가반도와 요코테 등지로 이어졌다. 작품 속 주인공 '나'는 계약한 원고의 마감시한을 1년이나 넘기고도 글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 어느날 '나'는 일본에서 유아용 숫자놀이 책과 한권의 편지가 동봉된 항공우편을 받는다. 발신인 박양숙은 자신을 '눈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무기수 같은 존재'라고 밝힌 재일교포다. 여인은 눈내리는 밤이면 텔레비전 속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 급기야 아이 울음소리를 따라 떠나게 됐다며 소설가라면 아이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편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책에는 사고로 갓 돌밖에 안된 딸아이를 잃고 넋이 나간 박씨가 보름간 아이를 찾기 위해 눈속을 헤매고 다닌 여정이 메모돼 있다. 소설가 역시 아이에 관한 상처가 있다. 외사촌 누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수'가 두 돌이 되기 전 누이의 품에 안겨 일본으로 가고 없는 것. '나' 역시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에 낯선 곳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지만 편지 속에 언급된 아이가 죽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문학평론가 강상희씨는 "이번 작품은 '눈'의 백색 이미지를 슬픈 운명의 수채화로 색채 변환시킨 소설이다. '눈의 여행자'는 눈에 관한 놀라운 물질적 상상력으로 슬픈 운명의 핵심에 부드럽고 순결하게 육박해 들어간 소설"이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