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9 부동산대책 이후] '찬바람부는 시장'

'재건축은 추가하락 조짐, 기존 아파트는 매수세 사라진 가운데 눈치보기, 분양시장은 침체.' 정부의 '10ㆍ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특히 '사자'세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가격 하락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 매물 쌓여가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3주택 이상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매물 처분을 의뢰하는 주문이 늘어나면서 매물수도 증가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소재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10ㆍ29 대책의 직접적인 타격을 걱정하기보다 정부의 강력한 시장안정 의지를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이틀 사이에 매물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잠실이나 개포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양도세 상향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정부에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매물이 추가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구에서는 호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융자를 끼고 여러 채의 소형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한 다주택 보유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덕동 아침공인 서문경이 사장은 "지난 9ㆍ5 대책 이후에 급매물을 내놓은 아파트 소유자들 가운데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 달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때 3억9천만원까지 올랐던 고덕주공2단지 14평은 3억4천만∼3억5천만원의 급매물이 꾸준히 쌓이고 있지만 매수세가 끊겨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기존 아파트는 '눈치 보기' 극심 재건축에 비해 투기수요가 덜한 기존 아파트는 겉으로는 이번 대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지역의 경우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호가가 하향조정되고 급매물도 나오는 등 벌써 영향권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 기존 아파트의 경우 매물도 없고 호가도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목동에서는 호가 조정 없는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목동 Y공인 대표는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책이 없기 때문에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용인 광명 등 최근 1∼2개월 새 가격이 급등했던 수도권 지역의 경우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단지는 호가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용인시 상현동 소재 G공인 관계자는 "값을 깎아서라도 팔아 달라는 사람이 많다"며 "현재 분위기로는 시장이 정부정책을 이겨낼 수가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라는 쪽으로 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명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번 대책 이전에 4억5천만원에 고점(高點)을 찍었던 소하동 소재 동양아파트는 집주인이 4억1천만원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분양시장 열기도 한풀 꺾여 정부 대책 발표가 예고된 지난 15일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인기 지역에서도 청약마감이 2순위 또는 3순위까지 밀려나고 있다. 지난 29일 청약을 받은 수원 망포동 '극동 미라주'(1백34가구)는 1순위에서 90여가구가 미달돼 2순위로 넘어갔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청약을 받은 수원 오목천동 '푸르지오'(7백93가구)는 전평형이 미달돼 3순위까지 청약을 받았다. 수도권 인기지역인 광명과 안양 지역에서도 청약률 하향세가 나타났다. 지난 28일부터 청약을 받은 광명 소하동 '우림 루미아트'(93가구)는 25평형 3가구가 1순위에서 미달돼 2순위에서 채웠다. 안양시 안양동 '성원상떼빌'은 24평형이 2순위에서 마감되고 32평형(1백30가구) 일부 가구는 3순위자에게 청약 기회가 넘어갔다. 김형호ㆍ송종현ㆍ김진수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