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강신호 회장 대행 체제] 정치자금 후폭풍 차단 최대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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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중 최연장자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77)을 회장 대행으로 추대한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 나서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30일 밤 열린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에서 회장직을 막판까지 고사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재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히자 강력한 거부의사를 접으면서 수락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재계 원로로서 정치자금 수사와 불협화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재계를 '강건너 불'처럼 바라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강신호 회장이 전경련 활동에 열정적인데다 경제계의 원로여서 전경련을 무난하게 이끌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 회장이 회장단 회의에도 가장 높은 출석률을 보일 정도로 전경련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데다 회장단 가운데 최연장인 만큼 혼란에 빠진 재계를 추스르는 데 최적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호 회장이 전경련 사령탑을 맡을 경우 내년 2월 전경련 정기총회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강 회장은 무엇보다 대선자금 수사에 따른 후폭풍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손길승 전임 회장이 분식회계와 정치자금의 회오리에 휘말려 사퇴한 것처럼 재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여파다.
강신호 회장체제가 검찰의 5대그룹 수사확대 방침 등의 과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도록 얼마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강신호 회장은 최근 하나로통신 등 외자유치 문제 등으로 불거진 재계의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강신호 회장이 막판까지 회장직을 고사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한 것을 볼 때 김각중 전 회장 시절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강 회장이 일정 부분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임기가 내년 2월까지로 정해진 만큼 차기 회장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또 회장을 대행하지만 임기가 제한적이어서 적극적인 활동도 다소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