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야마 '알펜루트'] 350m 쇼묘폭포...무지개빛 물보라

'일본의 지붕'. 일본 혼슈의 중북부,일(一)자로 내리뻗은 북알프스를 일컫는 말이다. 후지산,하쿠산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다테야마(立山)를 비롯,3천m급 고봉들이 병풍 처럼 펼쳐진 북알프스는 그 당당함으로 일본에서 따를 곳이 없다. 일본인들에게는 산악신앙의 주신(主神)이며,산악인들에게는 도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북알프스는 산마루 서쪽 도야마현에서 동쪽 나가노현까지 90km의 산길을 관통하는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로 사람들의 발길을 맞아들인다. 눈이 많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는 폐쇄되는 이 알펜루트가 올해의 마지막 가을색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3천m급 다테야마 연봉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산길이다.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단풍색은 물론 고원버스,로프웨이,트롤리카,케이블카 등 다양한 '탈것'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펜루트의 도야마 쪽 출발점은 다테야마역.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인 스위스풍의 역사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각기 다른 주제의 개인박물관을 둘러보고,케이블카를 탄다. 10분쯤 오르면 비조이다라. 표고차는 5백m가 조금 넘는다. 비조이다라에서부터는 고원버스에 몸을 싣는다. 가파른 절벽길을 20분쯤 가다 보면 거대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쇼묘폭포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쇼묘폭포는 일본에서 가장 큰 폭포. 낙차가 3백50m나 되는 두개의 물줄기가 4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며 내는 굉음과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 쇼묘폭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다가하라 고원이 펼쳐져 있다. 동서 20km,남북 3km로 드넓은 이 고원은 고산식물의 보고. 가을색이 무척 아름답다. 고원버스가 닿는 곳은 무로도. 봄이 오면 뚫리는 이 알펜루트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거대한 '설벽길'로 이름 높은 곳이다.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미쿠리가 호수를 볼 수 있다. 둘레 6백30m의 미쿠리가 호수는 화산폭발로 생긴 호수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아직도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지옥계곡을 만난다. 무로도에서는 트롤리버스를 탄다. 다테야마 연봉을 관통하는 3.7km의 터널을 지나 다이칸보에 닿는다. 다이칸보는 알펜루트의 중심. 전망대에 오르면 확 펼쳐진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이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준다. 다이칸보에서 구로베다이라까지 로프웨이를 탄다. 1.7km 길이의 이 로프웨이는 움직이는 전망대. 하늘에 둥둥 떠 내려다 보는 다테야마 연봉의 풍경이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구로베다이라에서는 지하로 연결된 케이블카로 갈아 타고 구로베코로 내려간다. 구로베코에서 구로베 댐까지 8백m 정도 걷는다. 구로베 댐은 일본 최대 규모의 댐. 댐의 높이가 1백86m에 달한다. 댐 위를 걸으며 단풍과 그 빛이 반영된 댐물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을 감상하는 맛이 남다르다. 댐 건너편에서 트롤리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해 시오리 정도 가면 알펜루트의 동쪽 관문격인 오기사와에 닿는다. ◆구로베 협곡=늦가을 북알프스 여행에서 구로베 협곡을 빼놓을 수 없다. 구로베 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깊고 큰 협곡. 86km 길이의 구로베 강이 8천여 구비를 휘돌아 만들어냈다. 구로베 댐을 건설하기 위해 놓은 산악철도를 타고 구경한다. 산악철도는 우나즈키역에서 출발,게야키다이라역에 닿는다. 41개의 터널과 21개의 철다리를 지나며 1시간30분 정도 아슬아슬 V자 구로베 협곡 탐방길을 안내한다. 협곡 양 옆으로 치솟은 산에 물든 단풍이 화려하다. 철길 중간쯤의 가쓰스리역에서 내려 협곡 바닥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협곡 물가의 바위와 모래 틈으로 뜨거운 온천물이 샘처럼 솟아난다. 그 온천물에 발을 담그면 여행길의 피로가 단박에 가신다. 객차의 종류는 많지만,요금이 가장 싼 무개객차를 타고 오른쪽 좌석에 앉으면 올라가는 길의 협곡을 감상하기에 편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월.수.토 주 3회 도야마행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2시간. KRT(02-2124-5555)는 '도야마 북알프스 게로온천 4일',참좋은여행(02-593-4111)은 '도야마.알펜루트 4일',팬더투어(02-7777-230)는 '도야마.북알프스.알펜루트 4일' 상품을 판매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