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中 금융위기가능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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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자사 기준으로 중국이 이미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중국 금융사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상당한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중국 금융사들의 부실채권이 4천8백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5백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단 부실채권 규모로 본다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최근들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대부분 기관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를 활용해본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은 한 나라의 위기가능성을 단기적인 채무이행능력을 보는 단기통화방어능력,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능력과 국내저축능력,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그리고 경제의 거품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 등 다섯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제2위 수준인 3천8백억달러를 넘어 단기적인 통화방어 능력은 충분하다.
매년 경상수지흑자가 2백억달러를 넘고 있으며 외국자본 유입이 순조로운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자본유출이나 자산 인플레 문제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문제는 시계열(時計列) 자료를 놓고 본다면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과감한 자본·외환자유화 추진으로 중국내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도 그동안 10년이 넘게 7%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올 하반기 들어서는 경제거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주목된다.
갈수록 대규모 무역흑자와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통상 혹은 통화마찰로 수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도 금융사의 부실채권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의 심각성을 인식해 한국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실채권 처리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자산유동화법을 도입해 이 문제에 대처해 오고 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만약에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어떤 형태를 띨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나라의 금융 위기는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제 수축단계'의 수순을 거친다.
과거 경험을 보면 개도국은 유동성 위기에서,선진국은 시스템 위기단계부터 시작됐다.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시스템 위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해결에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대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일부 시각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적게 가져가는 것이 전염효과를 줄이는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중국의 잠재력과 동북아 질서의 향방,한·중간의 관계를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까지 중국과 논의해온 협력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