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3省 개발현장을 가다] (上) "한국투자자들 上帝로 모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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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 3성이 '大동북 경제권'건설을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샹디(上帝,하느님)로 모시겠다'고 나선 곳(하이린시)이 있는가 하면,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신축을 위해 철거된 기존 건물에 대한 보상비를 전액보조해준 곳(무단장시)까지 등장했다.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의 낙후된 공업지대 재개발이 최근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사업으로 채택되고,국무원이 동북3성 재개발 태스크포스까지 발족시키자 이 지역의 외자유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동북3성 재개발은 동부연안 개방,상하이 푸둥지구 개발,서부대개발에 이은 중대발전 전략"(원스전 랴오닝성 당서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자본을 잡아라= 동북 3성은 특히 2백만명의 조선족 중 90% 이상이 몰려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워 한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3성은 각각 최근 주중한국대사관과 함께 3~4일씩 한국 우호주간 행사를 갖기도 했다.
도시별로 각개전투식 투자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한·중 국제경제기술개발구를 조성 중인 헤이룽장성 하이린시의 장수파 부시장은 얼마 전 현지를 방문한 울산시 상공인들에게 "외국인투자자를 상디로 모시겠다"며 외자 우대정책을 풀어나갔다.
'5백만위안(7억원) 이상 투자자에게 공장부지와 주택 한 채 무상 제공' '1년 이상 일한 외국인 석·박사에게 매년 3만위안(4백20만원)의 장려금 지급' '외국인 투자자 자녀 학비 절반 납부' '시 소관 업무는 3일 내,성 정부 업무도 10일 내 처리' 등 귀가 솔깃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인근의 무단장시가 '대우제지'의 제2공장 신축에 제공하는 특혜도 만만치 않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합작투자한 대우제지의 새 공장 건립을 위해 시 정부는 최근 화학공장과 주택들이 밀집한 25만㎡에 이르는 지역을 깨끗이 정리해줬다.
대우제지는 부지 매입비만 대고 철거보상비는 시 정부가 부담했다.
2억6천만달러가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보답이다.
"시 정부가 새 공장에 제공하는 세제혜택까지 포함하면 10년간 4억6천만위안(6백44억원)을 보조해주는 것"이라고 김기석 대우제지 총경리는 설명했다.
헤이룽장성 정부는 올들어 하얼빈시에 한국거리를 만든 데 이어 무단장시에도 이를 조성토록 독려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의 궈리 동북아연구소장은 "한국 기업인들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최근 창춘시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국·지린성 무역투자상담회는 중국 기업인 3백여명이 합작파트너를 찾기 위해 통역을 데리고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정치보다는 경제가 우선=주중한국대사관의 김하중 대사는 "동북 3성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밀접한 데다 조선족과의 연계 우려로 한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경제가 정치를 결정한다"(장수파 하이린시 부시장)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지린성 관계자는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철도가 개설되면 한국과 8~9시간이면 오갈 수 있게 돼 중국 동부연안보다 높은 물류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헤이룽장성의 당서기는 "내년 초 한국에 대규모 투자사절단을 보낼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한국 정부와 함께 내년에도 한국우호 주간 행사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호주의회 연설을 통해 서부대개발과 함께 동북 3성 재개발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가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내년에 동북 3성 진흥회의를 갖자고 제의했다.
창춘·하얼빈=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