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보유과세도 크게 늘리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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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강화를 통해 부동산투기를 근절시키겠다고 거듭 공언해온 정부가 양도세에 이어 보유세를 크게 늘리기로 한 것은 특별히 새롭다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망국적 부동산투기는 어떻게든 뿌리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만큼 이번 발표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허둥지둥 급조해 내놓았다는 인상이 역력한 이번 대책이 최선의 방안인지, 과연 현실성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적지 않다.
건설교통부에서조차 재정경제부가 독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재산세와 종토세에 대해 과표결정 및 징수권을 갖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와 협의가 이뤄졌을 리는 만무하다.
이번 대책은 기초자치단체의 동의가 없이는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다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예를 볼 때 과표현실화는 말만 앞서왔지 최종 행동단계에선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문제점도 있다.투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세금이 급격히 오르게 돼 강남지역은 물론 강북이나 지방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보유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고 단지 갖고만 있어도 납세를 해야 하는 것이어서 갑자기 지나치게 오르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르다 보면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갖고 있기도 곤란하지만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게 돼 매물부족을 유발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아무리 투기 혐의자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세금을 최고 1백26배나 올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동산투기가 세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발표대로 과표나 세율을 조정하지 못해 또 정부의 공신력만 떨어뜨리는 꼴이 되지는 않을지, 자칫 국민의 세부담만 끌어올리거나 소득간 과세형평을 그르치는 등으로 세제만 왜곡시킬 우려는 없는지 모르겠다.
교육문제는 또 그렇다고 치더라도 재건축 차익 환수, 부동자금 대책 등 경제부처에서 결론을 낼수 있는 성질의 것들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