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자금 수사 확대] 정치권 정조준…기업엔 水位조절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SK 이외 기업 전반으로 확대키로 함에 따라 정치권에 앞서 기업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뤄질 것인지, 기업 수사의 범위가 '5대 그룹+α'에 그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고심해 왔다. 한동안 검찰주변에는 최악의 침체 경기 등을 감안해 기업수사는 SK에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워낙 거센 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선자금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검찰은 결심을 굳히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기법상 불법자금을 받은 정치권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업인을 먼저 부를 수 있겠지만 수사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정치권이며 기업(수사)은 보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수사를 확대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수사 초점은 정치권 =김종빈 대검차장은 이날 오찬 브리핑에서 "정경유착과 불법선거자금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증거가 있으면 어디든 수사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수사를 정당쪽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미 확보된 각당의 불법대선 자금관련 자료를 토대로 일단 SK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기업을 중심으로 대선자금에 동원된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업체 임직원들을 우선 소환, 정치권에 제공한 대선자금 규모와 적법성 여부,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 안대희 중수부장은 "현재 SK 이외 불법 대선자금이 있다는 부분적 단서를 포착했다"고 어느정도 기초수사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정치권)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이 부담되나 형평성을 감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것임을 밝혔다. ◆ 의심스러운 돈 본격 추적 =김종빈 대검차장은 이날 "지금 모든 국민이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를 밝히기를 원하고 있다"며 "정당측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협조가 안되면 (검찰의 기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 중수부장도 "불법 대선자금이나 대선 관련 비리를 자발적으로 협조할 경우 상응하는 책임에 대해 형사법 원칙에 따라 감안하겠다"며 "만일 범죄를 은폐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 수사해 새로운 범죄가 드러날 경우 원칙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강조해 타협없는 전방위 수사의지를 분명히 했다. ◆ 기업 조사는 비공개로 =검찰은 관련 기업들의 자금담당 임원이나 실무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삼성 LG 현대차 롯데 두산 풍산 등 다른 대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구체적인 제공 경위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이 민주당에 제공한 대선자금 가운데 3억원이 임원 명의로 후원금 영수증 처리된 점에 주목, 법인 기부한도를 초과한 불법 자금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어 관련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대기업 자금담당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끝날 경우 대선자금의 출처확인 등을 위해 이들 기업의 회계장부나 계좌를 상대로 한 자금추적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검찰로서도 빈사 상태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대선자금을 제공한 모든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거나 관련 기업의 모든 회계장부에 한계없이 '칼날'을 들이대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안 중수부장은 "기업 활동을 존중해 위축시키지 않도록 기업관계자 소환이나 압수수색은 비공개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