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 수익자 누굴까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집한 투자가는 누구일까. 한 투자가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이면서 매집 당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인물로 KCC그룹 명예회장인 정상영씨를 꼽는다. 정 명예회장이 그동안 현대그룹의 경영권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데다 KCC를 통하거나 개인 명의로 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집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고(故)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씨가 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하면서 현대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것을 정 명예회장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신한BNP파리바측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인 사모펀드의 수익자가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라고 밝히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공략할 경우 현재 대주주인 현정은씨측과 전면적인 지분 싸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측 대리인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사모았다면 정 명예회장은 1대 주주인 김문희씨(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모친)의 지분(18.6%)보다 많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는 KCC(2.96%)와 제3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을 경우 최소 2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 정몽헌 회장에게 2백90억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고 있는 12%의 의결권까지 포함하면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이다. 현정은씨측은 정 명예회장에게 아직까지 담보로 맡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를 되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혹 이 지분을 찾아온다고 해도 김문희씨 지분은 18.6%에 불과해 안정적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는 양측이 담보에 대한 해석 및 처리 과정에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지분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문제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정은씨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추대된 데 대해 정 명예회장측은 감정이 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를 반영,양측은 지분확보에 나섰고 구 현대계열사 임원들까지 지분 매집에 가세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경영권의 향방이다. 지분 확보전을 계속 벌일 경우 양측은 내년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게 된다. 물론 현재로선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물론 화해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집안싸움을 하는 양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현대가에서 화해를 주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으로서는 당분간 우호주주를 자임하면서 경영에 자문하는 선에서 지분 싸움이 일단 봉합될 수도 있다. 삼촌 입장에서는 불안한 경영권을 지켜준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현정은씨측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