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을 줄이자] 근골격계질환…바람직한 방향은

근골격계 질환 관련 법제화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커 자칫 생산현장의 혼란를 부추기고 경제회복 속도마저 더디게 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재계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노사 양측이 노력하도록 하는 입법보완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의 의무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관련법률을 섣부르게 만드는 바람에 혼란을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섣부른 입법화,혼란만 가중=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사용자가 단순 반복 작업 또는 중량물 취급 등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사용자가 이행해야 할 세부적 조치 사항을 규정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기준을 공포했다. 그 결과 사업주는 내년 6월까지 근골격계 질환 관련 작업장의 유해요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법규 시행으로 전사업장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산업안전보건의 하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홍보하고 지원해 줄 정부의 노력조차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섣부른 법제화는 기업 생산성 향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조가 임단협 투쟁의 목적으로 집단요양을 신청하거나 평균임금보다 많은 휴업급여를 노린 요양이 늘어나면 그만큼 근로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생산성 저하는 곧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하던 전 국가 차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련 인간공학 프로그램의 법제화를 보류했다. 일률적인 법제화가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데다 실질적 질환감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근골격계 질환 관련 입법화가 이뤄진 곳은 미국 2개주와 스웨덴이 유일하다. ◆입법보완을 위한 내용=사업주와 근로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공동의 의무를 지고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용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면 예방노력의 책임이 사업주에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도 규제보다는 업종별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해 질환을 예방하고 근로자 의무사항도 법제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예를 들면 산재 인정 기준에 근로자가 예방노력을 소홀히 했을 때 근골격계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 등이다. 질병 인정 기준도 엄격히 제한하고 치료기간 중에는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도 좋은 예다. 정부는 법으로 밀어붙이는 강제화보다 각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노사자율 형태(노사정협약 형태)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당장 현행 근골격계 질환 관련 집단요양 신청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7일 이내 요양결정을 통보해야 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집단산재 신청이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요양 결정 통보기간을 최소한 30일 이내로 연장하고 신청건수에 따라 통보기간을 차등화하는 등 산업재해보상법상의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