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대책 이후] 흔들리는 '강남不敗' 신화

서울 강남권 핵심지역인 강남구 대치동·도곡동 일대 중·대형 아파트들은 그동안 엄청난 맷집을 자랑해 온 아파트들이다.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9·5 대책'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수억원씩 급등했고,'10·29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 정부의 후속대책이 이어지자 지난 주말부터 호가가 하락하면서 매물도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고비를 맞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분당 목동 등의 중·대형 평형으로 가격 하락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호가 하락 시작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67평형의 경우 10월 초 16억∼17억원을 호가했지만 이번주 들어 15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인근의 대치동 우성아파트 31평형도 그동안 9억원 이하짜리 매물을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8억8천만원 선에서 매입이 가능하다. 14억∼15억원을 호가하던 이 아파트 45평형의 경우 13억원짜리에 이어 11억원짜리 급매물도 나왔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고비로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강력한 보유세 강화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곡주공2차와 개나리 1·2·3차 등 도곡동 및 역삼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조만간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실상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들이다. 8억6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도곡주공2차 13평형은 8억3천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개나리 1·2·3차는 10억원 이하에서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난 주말 9억6천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분양권의 경우도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도곡동 도곡주공1차 43평형 로열층은 10월 초 12억5천만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1억원 이하에도 살수있다. 도곡동 신세계공인 김재돈 대표는 "대치·도곡동 일대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시 마지막으로 빠지는 아파트들"이라며 "시장이 너무 급격하게 얼어붙어 오히려 전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건축은 최고 2억원까지 떨어져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 고덕시영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강남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던 반포주공 아파트는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 확대에 이어 이번 대책들이 쏟아지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시세가 최고 7억8천만원까지 치솟았던 3단지 16평형은 지난달 말 대책 발표 이후 6억원 안팎까지 가격이 하락한 데 이어 이번주 들어서는 5억7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고가 대비 무려 2억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7억원 이상까지 치솟았던 2단지 18평형도 지금은 5억5천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개포주공의 경우 지난달부터 나온 매물이 서서히 쌓여 지금은 전체 아파트 매물이 1백40여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난달 초 7억원을 넘어섰던 4단지 15평형은 5억8천만원으로 가격이 1억원 이상 하락했으며 5억7천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도 4억6천만원까지 떨어졌다. 잠실주공도 약세를 면치 못해 최고 5억3천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던 1단지 13평형이 4억3천만원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 걱정 태산 일선 중개업소들은 거래가 끊겨 살 길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환위기때보다 더한 거래 두절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 사무실 임대료도 내기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다. 송파구 가락동 신한공인 장찬수 대표는 "두달째 매매계약서 한건을 써보지 못한 중개업소가 수두룩하다"며 "외환위기때보다도 더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세금을 통해 거래를 지나치게 억제함으로써 주거 이전의 자유가 없어졌다는 불만이 많다"며 "거래세를 낮추는 대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