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산성-'도요타에서' 배운다] (15ㆍ끝) '벤치마킹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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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불패신화의 비결은 무엇인가.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는 모든 기업들이 도요타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
1999년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도요타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해 왔지만 도요타 방식을 제대로 활용한 기업은 아주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본질과 거기에 활용되는 방법론을 혼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요타 방식을 작동시키는 경영자와 근로자의 의식까지 이식하는데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어떻게 해서 자신들의 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나.
전문가들은 크게 7가지를 제시한다.
불패신화 원천은 위기의식
회사의 운영 자금은 제로다.
제품을 한 대 만들 자재밖에 없다.
제품 한 대를 팔아서 그 돈으로 다음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를 충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량품이 나오면 회사가 망한다.
조립라인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그 즉시 기계를 멈추고 철저히 원인을 조사해 제거해야 한다.
도요타의 DNA는 1950년대 도요타가 실제로 직면했던 이러한 위기에서 배양됐고 이 유전자는 불패신화의 원천으로 자라났다.
"도요타자동차에는 스스로 개선할 것이 없으면 불안해 하는 조직문화가 체질화 되어있다."(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위기의식이 없으면 문제의식도 없고 문제에 대응하는 기민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위기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올들어 느슨해지기는 커녕 되레 더 고삐를 죄어 또다시 30% 원가 절감운동을 벌이고 있다.
원칙은 '바보'같이 준수한다
"구초쿠(ぐちょく),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한 우직(愚直)함이야말로 도요타 정신에 적합한 표현입니다."(오기소 이치로 한국도요타 사장)
도요타 근로자들은 회사가 지시하는 생산시스템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
나사를 20㎏ 토크(torque)로 조이도록 지시를 받으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반드시 20㎏로 해야 한다.
이같은 철저함이 도요타의 고품질로 이어진다.
이는 일종의 표준운영절차로써 근로자들이 철저히 실행해야 하는 제1 원칙이다.
원가는 정하는 것이 아니다
"3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자."
도요타자동차의 창업 1세인 도요타 기이치로 회장이 내세운 목표다.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기에 감히 승전국이자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확보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
도요타는 신차를 생산할 때 차의 기능에 따른 적정 시장가격을 정한 다음 거기에 맞춰 부품가격을 정한다.
목표 가격에서 출발해 설비 자재원가 투입노동비용을 결정하는 역산(逆算)의 방식을 적용한다.
즉 원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세워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뒤엎는, 상식을 초월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도요타식 경영이다.
'우선 해 봅시다'
"실험으로 한 명을 빼봅시다."
도요타의 멀티생산방식을 응용한 셀(Cell)방식으로 생산체계를 바꾼 캐논의 아미사업장.
이 공장은 2천7백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초고속 컬러복사기를 혼자서 조립하는 마스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당초 기본 작업단위인 8인셀에서 1명을 줄이면 안될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좌우의 작업자가 공간을 메우고 작업을 대신하고 적절한 속도로 투입인원을 줄여 나감으로써 마스터가 탄생한 것.
도요타식 습관중 하나는 이처럼 '우선 해본다'이다.
설사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일단 시도를 해보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해줄 고객이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오노 다이이치 전 도요타자동차 부사장)
도요타 방식에서 일의 마무리는 다음 단계의 작업자가 가장 손쉽게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도요타를 꿈꾸는 후쿠다구미 건설회사는 작업자가 쇼미(正味ㆍ본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 단계 작업자가 필요 자재를 정확한 작업 위치에 갖다놓도록 의무화했다.
"1단계 작업자의 고객은 2단계 작업자입니다. 이러한 연쇄 단계의 마지막 수혜자가 실제 고객이죠."(시미즈 요시쓰구 전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도요타는 철저히 고객 만족의 관점으로 되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 비추는 거울
"직원들이 낭비를 발견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들입니다."
도요타 방식을 도입,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중소업체 오누마제과 오모리 신에쓰 공장장의 얘기다.
도요타 방식은 종업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다.
이는 회사에 대한 자긍심과 일에 대한 열정을 요구한다.
경영진은 현장 직원에게 권한과 자원을 과감히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요타의 노조는 경영진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가이젠엔 타협도 끝도 없다
일찌감치 도요타 방식을 도입한 캐논은 이를 더욱 진화시킴으로써 전자업계의 도요타 위치에 올랐다.
캐논은 도요타의 '가이젠(改善)'에는 타협도, 끝도 없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진정한 혁신은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자극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을 만드는 과정이 혁신입니다."(이쿠오 소마 캐논 광학기기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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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양승득(도쿄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이심기 정태웅 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김영우(영상정보부 차장) 허문찬(" 기자)
도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