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시력 갑자기 약화…머리 아프면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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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의 K씨는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급히 안과를 찾았다.
K씨는 급성녹내장으로 판정됐으며 눈에 안압하강제 안약을 넣은 뒤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오랫동안 방치했다면 실명할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K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K씨처럼 녹내장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이 늘고있다.
녹내장은 40대 이후 주로 발생하는 흔한 병으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눈의 날(11일)을 맞아 녹내장의 증상과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40대부터는 매년 검진받아야=녹내장은 섬모체에서 생산되는 물같은 액체(방수)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막혀 눈 안의 압력을 상승시키고,이에 따른 높은 압력으로 망막의 신경세포와 시신경이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의사들은 만성적으로 △안압이 높고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에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녹내장으로 진단한다.
녹내장은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남용 수술 외상 당뇨병 염증 등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원인을 알지 못한다.
녹내장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고 조금 늦게 진단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만성녹내장은 초기 증상 못느껴=녹내장은 일반적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한다.
급성녹내장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50세 이후에 갑자기 발생한다.
급성녹내장으로 발전하기 전에 나타나는 예비적인 증상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어두운 극장에 있을 때 눈 주위에 통증이 있거나 △눈과 머리의 심한 통증 △속 메스꺼움과 구토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 등이다.
급성녹내장은 응급으로 안과를 방문해 안압을 낮추고 레이저치료 또는 녹내장수술을 바로 받아야 한다.
만성녹내장은 환자가 아무 증상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병이 수년 동안 진행돼 시력을 거의 잃은 후 병원을 찾게 된다.
녹내장이 무섭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성녹내장은 40대부터 발생 빈도가 증가해 60대 이후에는 3∼5%에서 발견되고 있다.
만성녹내장은 시각신경이 위축되는 것인데 시각신경이 상당히 말라죽을 때까지 눈에는 아무 증상이 없다.
충혈,불편감,눈마름증,눈물 흘림,독서장애 등이 전혀 없다.
거의 말기에 이르러 우연히 한 눈씩 가려보다가 한쪽 눈의 시야가 절반밖에 안보이는 걸 발견하고 병원을 찾는다.
만성녹내장은 시각신경이 위축되는 병이지만 시각신경 자체를 튼튼하게 해주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단지 안압이 높으면 안압을 낮추고 높지 않은 안압이라도 더 낮은 안압이 되도록 해주는 치료뿐이다.
◆현재의 시력 유지가 녹내장 치료 목표=녹내장 치료의 기본은 방수의 배출을 증가시키거나,방수의 생성을 억제시켜 눈 속 방수의 양을 줄임으로써 안압을 내리는 것이다.
안압을 낮추기 위해서 처음에는 안압하강제 안약을 눈에 점안한다.
처음에는 1가지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2∼3가지 안약을 넣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먹는 약도 같이 사용하게 된다.
많은 약을 사용해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레이저 치료,녹내장 수술 등의 단계를 밟는다.
일단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일생동안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각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는 현재 남아있는 시각신경을 보존하고 현재의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최대 목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 도움말=기창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안과),김동명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