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바뀌나] KCC, 전문경영인 내세울듯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전개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확보전은 범(汎) 현대가의 가족회의를 통해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구도는 범 현대 일가의 의견을 결집해 결정하겠다는 것이 현대가의 실질적 좌장격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생각이라는 게 KCC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은 맏형인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맏형의 뜻을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을 정도였다는 것.


고 정 명예회장도 정 명예회장을 가장 아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고 정 명예회장은 생존 당시 한때 정 명예회장을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선임할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는 것.


정 명예회장이 현대가를 대표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맏형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반드시 정씨 일가가 지켜야 한다는 의도인 셈이다.
재계는 정 명예회장이 일단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보한 뒤,일가의 의견을 들어 경영권 구도를 정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알려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정 명예회장과 범 현대 일가가 29.02%로,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측의 27.4%보다 많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타계한 이후,현대그룹 경영에 애착을 보이면서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섭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 경우 자칫 측근 인사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정 명예회장의 우려라는 것.


범 현대가가 정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할 경우 현 회장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현 회장측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먼저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무더기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의 어머니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62%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측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분확보전은 자칫 양측간 감정싸움을 심화시킬 수 있다.


현대그룹측이 "현 시점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로 살 계획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도 범 현대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들은 사업의 성격상 범 현대 일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씨 일가와 대치하면서 기업을 일궈가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따라서 현 회장측도 현대 일가에서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데 협조해줄 것을 바라는 분위기다.


다음은 범 현대 일가의 의중을 받아들여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가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영권 다툼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범 현대 일가와 공동으로 현대그룹을 경영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현재로서 현 회장이 정 명예회장에 맞서지 않고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달리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현대가가 가족회의를 통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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