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새 만들어도 없어 못팔아요"..삼성SDI 부산 브라운관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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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 기슭에 위치한 삼성SDI 부산사업장.
생산라인에서 28,29,32인치 완전평면 브라운관(CRT)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에이징(브라운관 내 전자파를 활성화시키는 최종 생산공정)을 막 빠져나온 브라운관을 나르는 지게차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생산담당 최석호 부장은 "지난 6월 이후 수출 물량이 크게 늘면서 3조2교대로 나눠 휴일도 없이 가동해 왔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이달부터는 3조3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꿨다"고 말했다.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각광을 받으면서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브라운관 사업이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브라운관 판매량이 지난 2분기 월평균 4백70만대에서 7월 5백만대,8월 5백50만대로 평균 8% 이상 늘었다.
10월에는 월 6백만대를 돌파해 최대 6백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SDI가 1970년 브라운관 사업을 시작한 후 월간 최고 기록이다.
김광하 부산공장장(상무)은 "브라운관 판매는 하반기가 성수기인데 일본 업체들이 올해 들어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면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I 부산사업장은 컬러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2만평의 부지에 3개 공장,7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1공장과 2공장은 모니터용 브라운관(CDT),3공장은 TV용 브라운관(CPT)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지난 90년 연간 1천2백만대의 CRT를 팔아 월평균 1백만대 판매를 달성한 이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퇴출과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발빠르게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매년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부산공장의 경우 매출이 지난 2000년 2조8천3백30억원에서 2001년 3조1천1백73억원,지난해 3조4천9백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00년 4천3백21억원에서 작년 5천4백81억원으로 27%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컬러 브라운관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다 판매 구조도 초대형 완전평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바뀌고 있어 지난해의 실적을 능가할 전망이다.
김 상무는 "PDP LCD 등 첨단 FPD(플랫 패널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브라운관이 디스플레이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SDI는 CDT와 달리 CPT는 월등한 품질 및 가격 경쟁력,중국과 인도 등 신흥 성장시장의 확대,디지털방송 시대의 도래 등으로 오는 2007년까지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산=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