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적대적 M&A 초비상…어떤 기업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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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현대엘리베이터의 인수합병(M&A) 회오리가 주식 시장을 훑고 지나간 10일 STX(옛 쌍용중공업)가 새로운 M&A 후보로 급부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들어 국내증시가 외국인 주도장세로 변모하는 등 수급구조의 취약성과 테마 부재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킨 셈이다.
한 증권사가 STX에 대해 '제2의 SK' 가능성을 거론하자 순식간에 '화제주'로 등장한 것.
STX 주가는 이날 장중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평소보다 5배 많은 5백30여만주에 달했다.
STX가 외국인 M&A 대상으로 거론된 배경은 대주주 지분이 낮고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STX는 자회사인 STX조선 지분 38%를 갖고 있는 지주회사지만 우호지분까지 합친 기존 대주주 지분이 장부상 10%에 불과하다.
외국인 지분은 지난 9월 3%대에서 2개월여만에 18%대로 급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한태욱 연구원은 이날 "지난 주말 최대주주로 올라선 산업은행 지분(7.52%)의 향방에 따라서 외국인에게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며 "제2의 SK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 지분율이 외국인 지분율에 비해 낮거나 현대엘리베이터처럼 대주주간 지분 다툼이 진행중인 경우가 적대적 M&A의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TX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노출된 상장기업은 전체 상장사중 10%에 달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경우도 최대주주 지분율은 14.33%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8.57%에 달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포스코 현대자동차 제일기획 LG카드 신세계 대림산업 등도 외국인 보유지분이 더 많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탈피했거나 졸업을 앞둔 기업들도 외국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기업실적의 개선과 함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보유지분이 대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우건설 등 과거 대우 계열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최근 외국인들이 지분율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우중공업으로 대주주가 바뀐 쌍용자동차도 대주주 지분(12.16%)보다 외국인 보유지분(15.40%)이 많아 외국인에 의한 M&A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자산규모에 비해 주가가 낮아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들도 적대적 M&A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대한통운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현재 자산규모가 1조2천억원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1천6백93억원(11월10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6백억원 정도만 있으면 이 회사 지분 30% 이상을 인수, 1대주주로서 1조2천억원의 자산을 거느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가 시급한 과제"라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적은 지분'으로 '큰 권한'을 가져 왔던 대기업의 소유구조론 외국인의 M&A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그룹의 소유지배 구조개선을 위한 정부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대주주들이 대거 지분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홍 부장은 또 "외국인의 국내 주식매입에 맞서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지원세력으로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