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 트로이카] 유통 '新3强' 뒤엔 名將 있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유통시장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 신유통 업태들이 있었다. 최근 10년간 할인점,홈쇼핑,아울렛은 유통시장과 소비문화의 혁명을 이끈 트로이카 역할을 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 양분됐던 소비산업에 새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신유통 업태들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업체 최고 경영자(CEO)들의 남다른 노력 때문이다. 이들은 열정을 바쳐 틈새시장을 개척했고 빠르게 시장을 키웠다. ◆할인점을 키운 사람들 현재 국내 유통 시장은 할인점을 제외하고 얘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유통의 중심이 됐다. 올 상반기 할인점 전체 매출은 9조1천억원을 기록,8조6천억원에 그친 백화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할인점 업계의 선두기업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 이마트는 93년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할인점이란 업태를 소개했다. 이마트의 성장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 황경규 대표(58). 96년초 할인점부문 사업본부장을 맡아 이마트를 국내 최고의 할인점으로 키워냈다. 황경규 이마트 대표는 "만약 이마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유통시장도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공룡기업에 의해 초토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경영비결은 '3S전략'에 담겨있다. 표준화(Standard),단순화(Simple),속도(Speedy) 등 3S경영은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기 전에 좋은 입지를 선점,국내 유통시장을 방어하는 교두보를 쌓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점포수가 불과 10여개에 불과하던 때 이미 물류와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점포 1백개 시대에 대비하는 혜안을 보여줬다. 황 대표의 7년간 열정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에 57개 매장을 운영,전체 할인점 시장의 32%를 점유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업계 2위에 랭크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삼성테스코는 99년 5월 영국최대 유통기업 테스코와 한국의 삼성이 합작해 설립한 유통기업이다. 현재 전국에 2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2조1천4백68억원의 매출로 3년만에 할인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이승한 사장(57)도 홈플러스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자다.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해 그룹 비서실,삼성물산 등을 거치며 전문경영인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99년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폈다. 홈플러스는 한해 평균 5백회가 넘는 고객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프로젝트화 했다. 이 사장은 현재 대한상의 유통·물류위원회 회장,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유통업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홈쇼핑의 빅뱅을 일으킨 주역들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이끈 주역이 할인점이라면 편리한 쇼핑문화를 영글게 한 주역은 홈쇼핑이다. 95년 처음 소개된 홈쇼핑은 발품을 팔지 않고도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빠르게 시장을 확대,연간 5조원의 시장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백화점 시장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LG홈쇼핑의 최영재 사장(61)은 홈쇼핑 업계의 실력자다. LG화학에서 경력을 쌓은 최 사장은 97년 12월부터 LG홈쇼핑을 진두 지휘했다. 홈쇼핑 도입 초기 통신판매 시장 기반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미약했던 상황에도 불구,홈쇼핑 문화전파에 앞장서 LG홈쇼핑을 업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최 사장은 홈쇼핑의 토착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 사장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고객만족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가다듬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30일 반품보장제,반품시 무료배송,선환불제도 등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여 눈으로 직접 물건을 확인해보고 살 수 없는 홈쇼핑 시장을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했다. CJ홈쇼핑의 조영철 사장(58) 역시 홈쇼핑 업계를 이끈 거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장,삼성화재 부사장을 거쳐 2000년 5월 CJ그룹의 홈쇼핑 사업 진출과 함께 CJ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CJ홈쇼핑은 조 사장 취임 이래 지속적인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조 사장은 취임 3년만에 CJ홈쇼핑 매출을 2천1백30억원에서 1조4천2백72억원으로 7배가 넘게 성장시켰다. CJ홈쇼핑은 여성 고객에게 더욱 세심한 현장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젤 배송 서비스'를 홈쇼핑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조 대표의 고객 중심 경영은 대내외적으로 큰 호평을 받아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1위를 수상했다. ◆아울렛으로 성공한 경영자들 아울렛은 최근 폭발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틈새 유통채널이다. 백화점과 같은 고급 시설에서 재래시장 수준 가격의 상품을 팔기 때문에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울렛 업계의 맏형은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2001아울렛'이다. 2001아울렛은 94년에 사업을 시작,현재 서울 수도권에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1아울렛을 이끄는 이응복 이랜드그룹 부회장(50)은 유통업체들이 포기하고 나간 매장을 하나둘씩 인수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늘렸고,외떨어진 변두리 상권을 중심상권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는 법정관리 중인 뉴코아백화점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렛의 또 다른 축은 용석봉 사장(39)이 이끄는 세이브존이다. 용 사장은 원래 이랜드 출신으로 6개 점포의 오픈을 책임졌던 인물. 이랜드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98년 '세이브존'이라는 패션아울렛을 세우며 독립했다. 용 사장은 창업 5년만에 세이브존 8호점을 오픈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한신코아의 4개 점포를 인수한데 이어 뉴코아 인수전에도 참여,친정 기업인 이랜드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