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이라크 미수금 정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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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사담 정권시절 부채는 무효라며 대외부채를 전액 탕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17억달러에 이르는 우리 기업의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내 강경파들은 전쟁이나 후세인 정권의 체제유지에 사용된 소위 악성채권(Odious Debt)은 대폭 삭감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미수채권은 이라크 국민의 복지와 민생에 직결되는 주택 도로 수도 전기 등 공공시설 공사대금과 물품대금으로 악성채권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민간채권이다.
만일 이런 민간채권을 악성채권과 도매금으로 취급,상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미국내 강경파들의 오만이고 횡포일 뿐이다.
정부는 미국측과의 이라크 파병 협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미수금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그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이라크 파병에 따른 경제적 실리는 재건사업 참여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17억달러에 달하는 우리 기업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3백50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재건복구 사업에도 물론 참여해야겠지만 자금지원 국가를 제치고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비해 미수 채권회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경제적 실익이기 때문이다.
17억달러는 이라크 재건사업 전체를 수주해야 남길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인데다 특히 가장 많은 11억달러의 미수채권을 가지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채권단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수 있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파병을 결정함에 있어 최우선적인 고려는 국익이 돼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파병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라크 미수금 문제는 민간기업에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성질의 것이다.
파병과 관련한 대미 접촉에서 이 문제를 공식제기해 미국측의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기업의 미수채권은 악성채권과는 차별적으로 취급돼야 함을 적극 설득,최소한 미수채권에 대한 확실한 지급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잠재우고 이라크 파병을 결행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측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정부가 파병병력의 규모와 성격을 둘러싸고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사법연수생들까지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등 국론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경제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한·미공조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파병규모와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더이상 계속될 경우 자칫 국내에서의 갈등증폭은 물론이고 한·미공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