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터진 연극 '오구' 이번엔 영화로 환생..영화감독 변신 연출가 이윤택

총 제작비는 18억원에 달했지만 충무로 투자자들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부산에 기반을 둔 제작사 마오필름이 지역 업체와 지인들로부터 힘들게 자금을 끌어 모아야 했다. "지난해 3월 종로의 여관방에서 콘티를 짜고 있는데 프로듀서가 들어와 '이윤택 영화에 아무도 투자 안한다더라'고 말을 전하더군요. 몇번씩이나 수정한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자들을 찾아갔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이제 어디 시나리오를 써 봅시다'라는 식이었죠.이 영화가 엎어지면 다시는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가는 어떤 영화도 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만들었습니다." 영화계에서 이처럼 홀대받았으나 연극계에서 이씨는 '시민K''바보각시''문제적 인간 연산' 등을 만든 '대박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 '오구'는 그의 연극 중 최대 흥행작이다. "영화가 이데올로기나 깊은 예술을 담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각 장면을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는 것은 너무 통속적이고요. 영화는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삶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구'는 그의 말대로 인생과 죽음을 해학으로 풀어 놓는다. 영화문법에는 다소 서툴지만 삶에 관한 진실성이 이런 약점을 극복한다. 기자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에 희곡과 TV드라마 작가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아 '문화 게릴라'로 통하는 이씨는 "초짜 감독 치고는 잘 만들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앞으로 제작비 1억원 이하의 디지털 영화들을 계속 찍어 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