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현실감 있는 불법체류자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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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에 나서면서 정부가 제조업체 종사자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키로 급거 방침을 바꾼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했다고 본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모두 단속하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루아침에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을 순식간에 뒤집은 것은 정부의 준비가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입증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본다.
갑작스런 한시적 예외인정 조치는 법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것일 뿐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정부 방침 대로 시한내에 출국한 근로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끝까지 버틴 불법체류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땅의 법 집행이 항상 그렇지만 '법을 지키는 자가 손해본다'는 사실을 외국인에게까지 보여주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우수한 제조업체 근로자에 대해선 고용주의 추천을 받아 합법화시켜 주는 등의 조치가 선행됐더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불법체류자 단속은 오랜 논란 끝에 어렵게 도입한 외국인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출국시한을 수차례나 연기했던 사실이 보여주듯 이 문제는 보통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강제출국을 비관한 외국인근로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조선족 3천여명은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중소업체들은 일손이 모자란다며 아우성이고 민간단체들은 인권문제까지 내세우고 있다.
정부도 곤혹스런 입장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애당초 불법체류자를 모두 몰아내겠다는 비현실적 발상을 하지 않았다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해서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지는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고용허가제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필요하다면 더 많은 근로자들을 합법화시키는 등 보다 현실적이고 융통성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