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1천만株 일반공모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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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가 일반 공모를 통한 1천만주의 증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청약일을 보름 늦추고 1인당 청약한도를 2백주에서 3백주로 높이기로 하는 등 공모 조건을 대폭 손질했다.
이와는 별도로 청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모 직후 주당 0.28주의 무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19일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미 공시한 공모내용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KCC는 대규모 공모를 막기 위해 20일 관할법원인 여주지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결정했다.
KCC의 소송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법정공방으로 비화하게 됐다.
◆기관 참여 적극 유도
청약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일단 청약일을 늦춤으로써 발행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발행가는 공모일(12월15∼16일)로부터 5거래일 전에 확정된다.
엘리베이터 주가가 보합 혹은 약세를 보일 경우 기산일(12월8일) 전 1개월 동안의 가중 평균 주가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투자 유인책은 청약한도 변경.
개인별 청약 한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고수익증권투자신탁(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1만5천주까지 청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자산의 30% 이상을 투기등급 이하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좇는 게 특징이다.
◆제3자 배정 안하기로
기관투자가에 공모 참여기회를 주는 대신 공모 후 잔여주가 나와도 제3자 배정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는 나중에 있을 법적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호주주 역할을 해 줄 백기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로도 풀이된다.
처음 제시했던 조건에 비춰 청약률이 높아질 건 분명하다.
물론 최종 발행가는 유동적이다.
만약 발행가 3만7천원에 3백주를 샀다고 가정하면 청약금은 1천1백10만원.
무상증자를 통해 받게 되는 84주까지 포함하면 주당 매입 가격은 2만8천9백원 가량이 된다.
◆우리사주는 92만주에 불과
증권 전문가들은 엘리베이터의 주당 순자산가치와 주당순이익에 비춰볼 때 3만원 안팎이면 공모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현대측이 기대를 걸었던 우리사주가 최대로 청약할 수 있는 규모는 92만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법 시행령상 상장기업 직원들의 공모주청약 한도는 청약일 이전 12개월치 급여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방어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란 지적이다.
확실한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공모가 일부 성공해도 KCC와 지분 경쟁에서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KCC 법적 대응 나선다
KCC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회 결의 사항이 기존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일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주주권 침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상법과 정관이 정한 공모 증자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익원·김병일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