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현실로
입력
수정
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해외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는 등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카드사 유동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해외설명회(IR)마저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말 이만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불안심리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 공장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4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키로 했지만 투자가들이 추가금리를 요구하면서 발행을 연기했다고 한다.LG전자 삼성전자등 우량기업들의 해외설명회 자리에서는 기업에 대한 수사와 카드사 유동성 문제 등에 대한 투자가들의 질문만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안정적이던 외평채 가산금리도 불안하다.지난 5일 뉴욕시장에서 57bp였던 가산금리가 2주일 사이에 68bp(19일 현재)까지 뛴 것은 일련의 사태 전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심리를 빼고는 설명이 안된다.
최근 원화값의 가파른 하락세만 해도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회의적 시각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일종의 균형점 회복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은 모양이지만,잇따른 테러로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인 것이다.
정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진표 경제 부총리가 기업수사가 대외신인도 투자유치 등 경제에 미칠 파장을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수사는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끝없이 가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파국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와 같은 여건이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의욕이 상당기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올해 3%대 성장이 힘든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 후의 경제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선자금 수사팀에서는 "수사를 하면 기업이 더 투명해지는 것 아니냐.SK도 수사를 하고 난 뒤 주가가 다섯배나 올랐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수사착수 당시 주가 폭락부분을 감안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경제현실은 그렇게 단선적으로 파악할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 정치자금 수사는 매듭돼야 한다.
말로만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할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