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행정수도특위 부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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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이 부결된 것은 국가 대사중의 대사라 할 수 있는 수도이전 문제를 명확한 국민적 합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여 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특위 설치 무산에서도 드러났듯이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 대선때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는 하나 이를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동의로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다. 수많은 대선공약중 하나였던데다 그나마 공약 내용도 행정수도 건설이었지 수도이전 공약은 아니었다.
특위설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충청권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한나라당의 홍사덕 총무는 "충청권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법안을 일부 조정해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국가명운이 걸린 수도이전 문제는 단순히 충청권 민심 차원에서 접근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전 원로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인구 50만명을 줄이기 위해 45조원을 써야 하는지,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수도를 남쪽으로 옮겨야 하는지 등등 풀어야 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특히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복지비 증가,한·미관계 재정립에 따른 방위비 증가,통일 대비와 공적자금 상환 등 재정수요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 시기에 과연 수도건설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는 하나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빈부격차,청년실업,성장잠재력 위축은 물론이고 당장 앞날이 안보일 정도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줄 모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될 수도이전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번 특위 설치 무산은 향후 수도이전을 둘러싸고 제기될 극심한 국론분열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정부는 특위 설치다,특별법이다 해서 수도이전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기보다는 국민투표로 국민의사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수도이전이 제대로 될리도 만무하고 국론분열로 이어져 엄청난 대가만 치를게 뻔하다.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결정된 위도원전센터 문제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똑똑히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추진하다가는 정권이 바뀌고 나면 흐지부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도 국민투표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