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영웅] 손열호 <명예회장> ‥ 3만평 공장부지 하루만에 완납
입력
수정
식품용 깡통 시장을 포스코, 동국제강과 3분하고 있는 동양석판의 출세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철회장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석판 원판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원판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포항제철에서 석도용 원판을 생산할 것이라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
당장 포항으로 달려가 박태준 사장을 만났다.
"3만평과 7만평짜리 부지가 남았으니 골라 보시오."
박 사장은 흔쾌히 응해주며 부지까지 추천해 주었다.
"국산 원판을 쓸 수 있다면 미룰 일이 없지요."
이튿날 3만평짜리 부지매매 계약서를 쓰고, 곧바로 대금 전액을 지불했다.
1974년 크리스마스 전날의 일이었다.
"3만평짜리 계약을 하루만에 해치우는 사람은 손 사장 밖에 없다."
박 사장은 나중에 그런 말을 했다 한다.
한참 뒤인 1980년대 중반 태국의 유니코드사와 플랜트 수출상담을 진행하면서 그 회사의 사장 일행이 포항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들은 우리의 설비를 보며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공장은 박 대통령이 방문할 정도로 아주 청결한 공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수 차례 협상 끝에 1989년 9월 계약이 이루어졌다.
공장규모는 연간 12만t 규모의 석도강판 및 틴프리스틸 겸용 라인이었으며, 가격은 3천1백만 달러였다.
"1년 수출물량을 한번에 팔았다."
계약이 이루어지자 연구소 직원들이 웃으며 한 이야기다.
당시 수출액이 그보다 조금 많았으니 그런 이야기도 나올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