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카드 대책 정부가 직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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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카드대란' 같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긴급 자금지원으로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자칫 잘못하면 금융시장 경색이 재연되는 건 물론이고,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흔들리고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카드부실 문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에는 정부책임이 대단히 크다.
내수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신용카드 이용한도를 크게 늘리도록 허용한 것부터가 그렇고, 마구잡이식 카드발급을 막는 사전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탓도 적지 않다.
특히 카드부실 문제가 표면화 된 작년 이후 금융감독당국이 보여준 냉·온탕식 정책과 안일한 대응자세가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고 봐야 옳다.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한다며 부채탕감 추심제한 같은 선심성 대책을 섣불리 내놓는 바람에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것이나, 지난 9월말 갑자기 연체율 항목을 감독기준에서 제외시켜 카드사들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발동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올 봄에 증자허용,카드채 만기연장,카드채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 조성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뒤 부실자산매각 불량회원정리 감원 합병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당국은 경기가 회복되기만 기다리며 카드부실 문제를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넘기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켰으니 그 책임을 엄중히 문책해야 옳다.
정부는 카드업계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함으로써 금융대란의 불씨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