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2兆 긴급수혈로 고비 넘겼지만…] 7천억 증자가 숙제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LG카드가 8개 채권은행으로부터 2조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아 '극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LG카드가 완전 정상화되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G카드의 완전 회생을 위한 네 가지 변수를 짚어본다. ◆ 2금융권 만기연장은 필수 LG카드가 24일부터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총 채무는 12조1천억원(카드채+CP+ABS)에 달한다. 은행 채권단은 이 가운데 내년 11월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은행 보유 카드채와 기업어음(CP)은 만기상환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2금융권이 보유한 카드채와 CP를 비롯해 자산담보부증권(ABS)이다. 금융계는 2금융권이 갖고 있는 LG카드 채권을 전체 물량의 약 60%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 약 1조5천억원, 내년 1분기중 약 4조5천억원((CP+카드채)×60%+ABS 기준)의 2금융권 채권이 만기도래하는 셈이다. LG카드가 은행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대출받은 자금은 2조원. 만약 2금융권이 만기 상환을 요구할 경우 LG카드가 빌린 자금은 내년 1분기중 바닥나게 된다. ◆ 7천억원 증자가 문제 LG그룹은 내년 3월 말까지 LG카드에 7천억원의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하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만약 일반주주를 상대로 한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LG투자증권이 유상증자 물량의 전부를 떠안아야 한다. LG그룹은 이같은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7천억원의 자본 확충에 참여할 해외투자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본 확충 참여가 유력시됐던 캐피털그룹(LG카드 2대주주)이 자본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등 해외투자자를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LG카드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는 2조원에 대해 제공하는 담보가치가 1백30%, 즉 2조6천억원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 ◆ 자산감축 불가피, 부작용 우려도 LG카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산 감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LG카드의 총자산은 26조원. 경쟁사인 삼성카드(17조원)에 비해 9조원 정도 많다. LG카드는 자산 감축을 위해 대대적인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같은 자산 감축은 카드업계의 경쟁적인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카드의 자산 축소가 다른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로 연결되면 급격한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급격한 신용경색으로 신용불량자가 늘고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LG카드의 영업정상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뢰회복이 관건 LG카드는 유동성이 바닥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현금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었다. 카드업 역사상 전회원에 대한 현금서비스가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돈장사(금융업)의 생명은 신뢰"라며 "잠시나마 디폴트 상태에 빠졌던 LG카드에 앞으로 누가 자금을 빌려주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제2, 제3의 'LG카드 사태'를 막기 위해선 카드업계를 살릴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카드사 임원은 "카드업계가 이처럼 망가진 데는 연체자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긴 정부 잘못도 크다"며 "정부가 제발 연체자에 대한 원금탕감 얘기만이라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