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술품 양도세

인류 역사엔 3개의 유명한 사과가 있다고 한다. 이브의 사과,뉴튼의 사과,그리고 현대미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세잔의 사과가 그것이다. 상징주의 화가이자 비평가인 모리스 드니는 "보통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고 말했다. 이런 세잔의 사과도 생전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30년지기인 작가 에밀 졸라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할 정도였다. '해바라기'의 작가 고흐는 오늘날 미술품 경매 기록을 깨곤 하지만 살아선 단 한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다. 미술품의 평가는 이처럼 어렵고 따라서 값 또한 측정하기 힘들다. 미술품 양도세 과세법안이 국회 재경위를 통과,내년부터 2천만원 이상 작고작가 작품엔 양도차익의 1%를 과세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술품 양도세 부과는 90년 발의돼 수차례 유예돼온 묵은 사안이다. 미술품이 부동산처럼 등록돼 관리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과세 근거자료를 만들기 어렵고 따라서 양도세를 물릴 경우 세금도 세금이지만 실명노출 부담 때문에 공개적인 거래를 기피,세수증대 효과는 없이 시장만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미술계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주장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내 현실이다.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하면 손비 인정을 해주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비업무용으로 분류하는 탓에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하는 호텔에서조차 80% 이상을 개인 명의로 구입하는 형편이다. 때문에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지 않는다. 실제 장기불황으로 시장 전체가 붕괴직전이라는 마당이다.미술인 65%가 월소득 1백만원 미만이라는 조사결과는 국내시장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미술은 또 패션 디자인 등 모든 시각산업의 바탕이다. 미술문화의 위축은 산업경쟁력 약화와 직결될 수 있는 셈이다. 예술을 사회·제도적으로 지킬 수 있어야 문화선진국이다. 일단 미술품을 사치재로 분류하는데서 탈피해 기업의 업무용으로 인정해주고,영수증 주고받기를 정착시키고,경매제를 활성화하는 등 거래 투명화와 과세자료 확보 등의 보완책을 강구한 뒤 시행하는 것도 괜찮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