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예산안 법정시한은 왜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거부에 따른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거부로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통과가 법정시한인 2일을 넘겼다. 이로써 16대 국회는 4년 임기중 지난해 대선일정 때문에 제때 통과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번의 예산안 모두를 법정기한을 넘겨 통과시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금년의 경우 법정시한이 지날 때까지 예결위는 예산안조정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4당이 국회정상화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정기국회 회기인 9일까지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수사문제로 정국이 워낙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금년내 처리도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임시국회를 소집해 오는 25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선자금 수사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정국이 다시 급랭할 개연성이 여전한데다 예산안에 대한 이견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야당에서는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에서는 경기회복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되레 3조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고,세부내역에 있어서도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자칫 정쟁으로 세월만 보내다 시한에 쫓겨 예산안을 졸속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국회 마비에 따른 민생법안 처리지연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1천2백여개나 되는 법안 동의안이 산더미처럼 계류돼 있다. 이들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억제 관련법,법인세 인하와 예산안 관련세법,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관련 법안인데다 한·칠레 FTA 동의안 같이 처리가 시급한 의안들이다. 특히 16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인 이번 회기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일정을 감안할 때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한 의안들도 수두룩하다. 여야 정치권은 하루속히 특검법안을 재의결에 부치고 국회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특검법 재의결에 대한 4당간의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통해서도 가부간 결론을 내는 것이 옳다. 불법 대선자금으로 기업인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정치권이 국회 문까지 닫아 민생을 팽개쳐서야 되겠는가. 만일 국회의 완전 정상화에 시간이 걸린다면 예결위나 각 상임위의 법안심의 소위만이라도 즉시 활동을 재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