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韓·日 지방대

주재원으로 5년째 타국살이를 하는 A씨.그는 수험생 자녀의 대학 선택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의 교육 환경과 현실이 너무도 달라서였다. "자기 자식이라면 중하위권 대학이라도 한사코 서울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서울은 '전국구',지방은 '지역구' 아니냐는 것이 그 이유이고요." 고민 끝에 친지를 통해 지방 명문 국립대 교수 2명으로부터 조언을 구한 A씨는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왜 이런 답이 나왔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가 대학 생활을 보냈던 70년대의 한국은 '인재'와 '인기'의 서울 쏠림 현상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달라진 환경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순 없어도 명문 지방 국립대 교수의 넋두리에서 자조적 표현들이 쏟아질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학문적 자존심을 지키며 지역 환경과 역사에 밀착된 독창적 연구에 전념한다는 교풍이 남아 있었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나 바뀌었음을 그는 실감한다. '그래도 서울로 보내야지'라는 말을 주위에서 들을 때마다 그는 지방대 차별이 수험 문턱에서부터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학생 부족과 이에 따른 재정난으로 지방대들이 고초를 겪는 것은 일본도 한국과 사정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는 지명도와 지역 기반이 열악한 일부 사립대학들에 한정된 이야기다. 국립대를 비롯한 대다수 지방 대학은 다르다. 전문기관들의 각종 조사에서 교토, 규슈 등 지방대학들은 수도권 일대 대학을 누르고 상위를 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시마즈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씨는 신칸센 열차로 도쿄에서 1시간 반을 가야 닿는 센다이의 도호쿠대학 출신이었다. "지방대학은 의대나 약대 아니면 다른 과는 안 갑니다." A씨는 어쩌다 지방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도 극소수 과에만 몰린다는 고교 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는 서울과 지방의 균형 발전이 학문에서부터 뒤틀려 있다는 고국의 현실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