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감사원의 지나친 의욕 문제없나

전윤철 감사원장이 취임한 이후 감사원이 정책관리의 사령탑임을 자임하면서 정책감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금감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카드특감에 나선데 이어 내년초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외환보유고 운용의 적정성에 대해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혀 정책감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감사원이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는 것은 감사원 고유의 업무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주요정책에까지 감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정책당국이 그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린 결정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감사의 대상이 된다면 공직자들이 복지부동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솔직히 감사원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내린 정책결정을 감사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정책의 경우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상대로 정책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정책의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결정 당시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경우도 허다하고,시장안정을 위해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시장에 개입해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금융정책에 대해 감사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는 사실상 금융정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한은을 상대로 벌이겠다는 외환보유고 운영의 적정성 감사도 마찬가지다. 보유고를 안정성 위주로 운영할 것인지 수익성 위주로 운영할 것인지는 정책판단의 문제이지 감사의 잣대를 들이댈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정책에 대해 감사원이 나서기 시작하면 정부 각 부처의 정책결정권이 현저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정책실패를 그냥 두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국회가 나서거나 총리실이 갖고 있는 정부내 심사평가 기능을 적극 활용해 이를 바로 잡을 일이지 감사원이 나설 일은 아니다. 감사원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감사에 의욕을 보이기 보다는 회계감사에 치중하는 것이 옳다. 회계감사만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국민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외환위기 직후 환란 초래원인에 대해 감사원이 정책감사에 나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가. 제도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몰고가 제도개선의 기회만 놓친 결과가 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따져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