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대현 신현균 회장 (4·끝) '새로운 출발'
입력
수정
"이제 워크아웃에서 졸업해도 되겠네요."
2001년 늦가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채권은행을 찾아가 워크아웃 진행 현황을 논의하던 신 회장은 은행 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그동안 겪은 고생을 생각하니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보다 3년이나 빨라 선뜻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돼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의 차입금은 3백억원이나 남아 있었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신 회장은 "너무 빠르지 않느냐"며 졸업을 늦추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이미 2년째 순이익을 내고 있고,부채비율도 6백90%에서 2백50%로 크게 낮아졌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2001년 12월14일 대현은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워크아웃을 마치면 은행에서 파견한 관리단장을 서둘러 내보내는 게 관례였지만 신 회장은 김현수 단장에게 "지금부터는 우리 회사에서 월급을 줄테니 전과 같이 1년만 더 시어머니 역할을 해달라"며 붙잡았다.
어려움을 같이 견뎌준 직원들에게는 1백%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고 "은행 워크아웃은 졸업했지만 우리의 워크아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아직 허리띠를 풀 시기가 아니므로 조금도 흐트러지지 말자는 메시지였다.
신 회장이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내실경영과 투명경영의 중요성이다.
그 경험은 대현의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들어섰다.
신 회장은 어떠한 위기상황이 닥쳐도 회사를 1년 정도는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의 현금흐름 구조를 만들었다.
또 생각과 정보를 공유해야 시너지효과가 나온다는 생각에서 경영 내용을 일반사원까지 알 수 있도록 열린경영을 하고 있다.
인재양성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대현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가려고 경쟁하도록 만들고 싶다"는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현에서 노사간 대립은 찾아보기 힘들다.
워크아웃 진입 당시 8백억원에 달하던 대현의 차입금은 내년 봄 용인물류센터를 처분하면 제로(0)가 돼 클린컴퍼니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 남은 일은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첫 그림은 올 봄 영케주얼 브랜드 '주크'를 중국시장에 런칭,호평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에 그치지 않고 판매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값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로드숍 위주의 국민브랜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백화점에 의존하던 유통 비용의 거품을 빼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패션전문 유통업의 꿈을 접는 대신 외식사업이나 생활용품사업 등도 구상중이다.
외환위기 이전 최고 3천억원까지 기록했던 매출액은 이제 신 회장에게 큰 의미가 없다.
전엔 외형상의 도전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품질과 내실을 갖추라고 주문한다.
'많이 파는 회사보다는 좋은 제품을 파는 회사,큰 회사라는 인식보다는 좋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게 신 회장이 꿈꾸는 대현의 모습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