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자 절반이 임시ㆍ일용직 ‥ 노동부 분석

"그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졸업 후 10개월이 10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기대에 다소 못 미치지만 아직도 기약 없이 놀고 있는 대학 동기들을 보면 제 선택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월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씨(27). 그는 최근 대기업 계열의 유통업체에 계약직으로 들어오기 직전까지 '청년 취업난'을 몸으로 겪어야 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무려 37개 회사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취직은 고사하고 서류전형조차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견ㆍ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명문대 출신은 물론 석ㆍ박사, 외국대학 졸업자도 넘쳐날 정도여서 자괴감만 늘어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재파견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입사. 정규직에 비해 임금도 수당도 턱없이 낮은 등 차별도 적지 않지만 무턱대고 취업을 기다릴 수 없어 '노느니 차라리 경력이나 쌓자'는 생각에서 비정규직을 선택한 것이다. 15일 노동부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30세미만(15∼29세) 임금근로자는 모두 4백29만3천명으로 이 가운데 임시직(1백74만8천명), 일용직(50만8천명) 등 비정규직이 52.6%인 2백25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가운데 15∼19세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은 85.3%로 가장 높았다. 20∼2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60.8%였고 25∼29세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은 42.9%로 나타났다 청년 임금근로자 2명중 1명 이상은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취업한 것이다. 이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고용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비정규직이라는 의미로 최근의 청년 실업문제가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반면 비교적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용직은 2백3만5천명에 불과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사상 최악의 취업난 탓에 정규직 대신 임시직이나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비정규직인들의 정보나눔터(http://cafe.daum.net/humanworker)', '계약파견직들의 울타리(http://cafe.daum.net/betta75)' 등 50여개 비정규직 관련 카페에는 정규직 취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청년층의 임시ㆍ일용직 비중이 높은 것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등 일시적 취업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고용구조 자체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