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산업 생존해법 찾는다] (7.끝) 증권산업 이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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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의 '빅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2위의 LG투자증권이 같은 계열사인 LG카드 부실 여파로 은행권으로 함께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투자·한국투자증권의 국내외 매각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대우증권이 한데 묶여 '주인 찾아주기'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증권도 금융 당국으로부터 매각압력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업계 구조개편의 회오리 속에서 특단의 생존전략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3∼4개의 대형사와 사업을 특화하는 일부 중소형사 외에는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무·자산관리 부문 키워야
작년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영업수익 비중은 △위탁매매 63% △펀드판매 23% △기업금융 6% △자기매매 4%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미국 증권사의 구조는 △기업금융 49% △자기매매 22% △위탁매매 14% △자산관리 7% △펀드판매 3% 등이다.
국내 증권사는 미국에 비해 기업금융(M&A 기업공개 주식·채권 인수) 비중이 현저히 낮고 자산관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사는 중소형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은행(IB) 업무와 개인 자산관리 영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기업금융 업무를 하려면 국내 대형사도 지금보다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며 "외국계 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운 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삼성증권 등 대기업 계열의 대형사와 굿모닝신한증권 등 금융지주회사의 증권자회사가 국내 IB시장의 대표 주자 후보들"이라고 밝혔다.
강창희 PCA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온라인 증권사의 등장과 수수료 인하경쟁,은행·보험의 증권시장 진출 등으로 위탁매매 중심의 소매영업은 이제 구조적 불황에 직면했다"며 "자산관리 쪽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병과 특화의 갈림길
온라인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곳은 중소형사다.
전체 약정대금 중 온라인 비중은 △1999년 19% △2000년 66% △2001년 61% △2002년 73%로 높아졌다.
거래량은 늘어도 수수료가 낮아져 상당수 점포가 적자를 면키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산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국내 43개 증권사의 전산 관련 예산은 작년보다 1백억원 이상 증가한 3천4백77억원에 달한다.
M&A로 대형화할 수 없는 중소형사는 비용 절감과 전문화가 생존요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은 "4∼5개 중형 증권사가 전산부문을 통합하면 관련 비용을 연간 30∼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와들리 UBS증권 아시아 금융부문 리서치 헤드는 "한국 증권사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M&A 등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전한 회사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M&A 유인책 있어야
현재 대부분 증권사 주가는 자산가치를 밑돌고 있다.
시장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보니 M&A가 어렵게 돼 있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 10여개사나 되지만 성사가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대송 대신증권 사장은 "M&A를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세제와 주식매수청구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증권·투신·투자자문·선물·자금중개·자산운용 등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증권사의 업무영역이 너무 협소하다"며 "다양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호·박준동·임원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