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넘어가면 SKN도 죽는다"‥주요銀,SK(주) 경영권 방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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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은행이 SK 경영권 방어의 우호세력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소버린자산운용의 최근 행보가 투자자 수준을 넘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의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유나 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이 외국 금융자본에 넘어갈 경우 빚어질 수 있는 혼란이 금융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우호세력으로 나서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SK㈜-주요은행 상호 이익 추구
소버린은 SK㈜가 거래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SK네트웍스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데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지난 11일 국내외 증권사와의 간담회에서도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CEO)는 "SK㈜가 SK네트웍스와 거래관계를 단절해도 유동성 위험이 없다"며 경영권을 장악하면 SK네트웍스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소버린의 SK㈜ 경영권 장악은 SK네트웍스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SK네트웍스는 SK㈜와 SK텔레콤에 대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75%에 이를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거래를 단절할 경우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로선 SK㈜의 확고한 경영권 유지가 전체 금융회사와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영권이 안정되어야 SK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으며,그렇지 못할 경우 계열사들이 추가로 부실화되면서 전체 금융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사주 우선 매입
SK그룹과 시중은행들은 소버린이 다양한 공격수단을 동원할 것에 대비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어수단을 동원키로 했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SK㈜ 자사주를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3자)'로 나서기로 했다.
현재 10.41%인 SK㈜ 자사주는 의결권이 중립으로 묶여 있다.
그러나 이를 인수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며 최태원 회장측의 우호지분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최 회장측은 친척과 계열사를 포함해 15.9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우리사주 4.3%와 지난 10월 해외파킹(위장분산)했던 1천만주 가운데 일부를 사들인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우호적 기관투자가 지분 4.9%를 포함해 25.13%를 확보하고 있다.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되면 최 회장측 지분은 모두 35.54%가 되어 경영권 방어에 한층 유리해진다.
◆출자총액제한 변수
소버린이 5%의 지분을 매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를 넘으면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으로 묶인 대주주 의결권이 부활된다.
그러나 소버린이 지분을 10% 미만으로 줄이면 다시 출자총액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소버린이 지분의 5% 이상을 자신의 우호세력에 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최 회장측 의결권은 15.93%에서 6.47%로 낮아진다.
SK C&C가 보유한 SK㈜ 지분 7.35%와 SK건설 보유지분 2.11%의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SK그룹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맞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자사주 10.41%를 단일 외국인에게 넘겨 계속 '외투기업'으로 남는다는 것.이 방법은 자사주 의결권도 살리고 최 회장측 의결권도 묶이지 않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또 단일 외국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경우 자사주 매각에 반대하는 소버린보다 명분에서 앞설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의결권이 제한되는 SK C&C와 SK건설 보유지분을 시중은행이 떠안는 방안이다.
정태웅·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