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IT 트렌드] (8) '기업용 소프트웨어'

올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속된 경기 침체로 기업의 정보기술(IT)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기업용 솔루션 업계에서는 '통합'과 '비용 절감'이 주요 화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기업들로선 통합 솔루션에 기반해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비용 절감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통합 측면을 보자. IT 분야에서 통합이란 기존에 분산돼 있던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의 상호 연결을 원활히 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면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쉽고 경영 환경의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큰 이점이다. 회사의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통합의 최전선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가 자리잡고 있다. BI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 솔루션이다. 최근 BI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 사이에서 IT 솔루션을 도입만 하고 그냥 내버려 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유수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관리소프트웨어(DBMS),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간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양산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핵심 정보만 적절히 활용하는 데 쏠리고 있다. BI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각종 데이터를 한 데 모은 뒤 유용한 정보만을 골라 적시에 보내는 신속성이 BI가 내세우는 '무기'다. 그렇다면 비용 절감은 어떨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제공하는 IT 시스템은 모든 경영자가 원하는 바다.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절감을 실현하는 데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단순히 솔루션 도입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효과적이고 올바른 IT 인프라의 사용법이 중요한 것이다. 최근 IT 인프라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은 기업에 산재해 있는 자원을 유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기업 내 흩어진 저렴한 중소형 서버들을 연결해 하나의 대형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 환경을 구현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보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IT환경을 둘러싸고 통합과 비용절감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IT 인프라 통합과 비용 절감,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분석정보,신속한 데이터 처리를 통한 기업 경영이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의 길이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경영 환경에서 BI와 그리드 컴퓨팅 전략은 기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ms.yoon@ora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