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2세 위탁 경영교육도..삼성, 돈.기술.인력 전방위 지원

삼성이 22일 발표한 '협력업체 상생방안'은 이건희 회장이 강조해온 '나눔 경영'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거듭하고 있지만 협력사들이 뒤에서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정예 협력업체의 육성 없이는 삼성의 글로벌 전략 자체가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의 구상대로라면 수직·하청관계에 있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는 상호 '윈-윈(Win-Win)'을 위해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납품단가 인하를 놓고 심심찮게 뒷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국내 풍토에선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지만 이미 삼성은 이 '실험'에 1조원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기초기술 양성 삼성은 지원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최근 3개월동안 삼성전자의 협력사들을 일일이 방문해 애로사항들을 점검했다. 그 결과 협력사들은 기술개발 노력과 투자가 부족해 기술수준이 취약했고 인건비 상승과 품질 저하로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이에 따라 1차 협력업체 1천여곳의 35% 정도인 3백50여개 업체를 선정,무이자로 시설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원금상환 조건도 5년거치 5년분할이어서 사실상 향후 5년간은 자금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지원대상이 정보기술(IT)과 같은 첨단업종이 아니라 사출 성형 등과 같은 1차 기술로 정해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립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기술보다는 취약한 기초 기술이 완제품의 품질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 인력도 지원 삼성은 1만3백명의 협력회사 임직원들에게 업종과 전문성을 감안해 사출 성형 3차원CAD(컴퓨터지원 설계) 6시그마 중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그 비용을 전액 지원키로 했다. 또 협력사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산 품질 설비 경영혁신 등 핵심 분야의 전문가 1백여명으로 '협력회사 지도팀'을 구성해 △경영컨설팅 △해외 진출 업무지원 △애로점 및 건의사항 수렴을 위한 지원센터 운영 등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사내공모나 희망퇴직자 중 적격자를 선정해 협력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재무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삼성전자 기술인력을 3∼6개월간 해당 회사에 파견해 지원하는 '단기 파견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또 향후 협력회사를 이끌어 나갈 우수 경영자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협력업체가 자체 선정한 50여명의 차세대 경영자를 인턴사원과 계약직으로 채용,대학시절부터 현장에서 경영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협력회사 경영자 양성과정'도 운영키로 했다. ◆내년 경영계획 눈여겨볼 포인트는 매출목표(1백20조원)보다는 이익목표(14조1천억원)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던 지난해의 14조3천억원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세전 이익률이 올해의 9%에서 12%로 높아져 수익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미가 있다. 투자 역시 공격적이다. 시설투자와 R&D투자를 합해 올해보다 16% 가량 늘어난 15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설투자는 반도체 LCD PDP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역시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이라는 경영방침에 따라 올해보다 14.8% 증가한 4백40억달러의 목표를 책정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