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주주ㆍ채권단 손실분담 늘린다 ‥ 매각조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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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의 매각조건이 변경돼 연내 매각이 재추진된다.
새로운 매각조건에는 주주와 채권단의 손실 분담이 추가될 전망이다.
만일 인수 의사를 가진 은행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매각조건이 변경될 경우 하나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휘 우리은행 부행장은 23일 "LG카드에 대한 실사결과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 매각조건을 변경키로 했다"며 "이에 따라 당초 이날 마감인 인수의향서(LOI) 제출시한도 오는 26일 오후 5시까지 연장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매각조건은 LG그룹과 채권단이 협의해 변경할 예정이며 다른 매각일정은 당초 예정(31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매각조건 변경 이유 =LG카드의 실사결과 손실 규모가 너무 커 이날 LOI 제출을 마감한 결과 한 은행도 참여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과 정부로서는 어떻게 하든 올해안에 LG카드 문제를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매각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그동안 인수후보은행으로 거론되던 하나은행과 우리금융은 "주주와 채권단 분담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관심은 있지만 현재 조건으로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변경 내용은 =변경될 매각조건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 확대 LG그룹의 추가 지원이나 출자전환 감자(자본금 감축) 다른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동참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LG카드의 자본잠식 규모는 3조2천억여원에 달한다.
반면 예정된 자본확충액은 2조2천억여원(최저 응찰금액 1조원+출자전환 1조원+12월 유상증자 2천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이 모자란다.
이를 메우기 위해선 자본금을 줄이거나 출자전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채권단 출자전환의 경우 8개 은행 외에 다른 은행도 포함시켜 출자전환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채권단 일부에서는 '주주책임'을 거론하며 채권단만 '총대'를 멜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LG카드의 대주주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그룹의 추가 지원이다.
채권단은 현재 구 회장과 LG계열사들이 인수할 8천억원의 LG카드 회사채를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는 방안과 회사채 인수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지만 LG그룹이 추가 지원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매각조건 변경과 매각 성사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감자 가능성 =채권단이 주주의 손실 분담 원칙을 정할 경우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본계약 전에 감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렇지만 출자전환 전에 감자를 추진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감자가 이뤄지려면 주총에서 특별결의(총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에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를 거쳐야 한다.
템플턴(지분율 11.35%)과 캐피털그룹(11.03%)을 비롯 외국인 지분율이 41.49%에 달하는 만큼 주총을 통과한다고 속단할 수 없다.
이를 우회하려면 먼저 출자전환을 한 뒤 감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손실을 우려하는 채권단이 선뜻 동의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영춘ㆍ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