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탈출 국군포로 전용일씨 귀국] 고향길 50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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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한 뒤 지난 11월 위조여권으로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억류 중이던 국군포로 전용일씨(72)가 50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씨는 24일 오후 중국 옌지공항에서 중국항공(CA-143)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달 중국 공안당국에 억류된 지 41일 만이다.
지난 6월 북한을 탈출한 전씨는 9월 중순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대사관측의 미온적인 대응에 실망,위조여권을 갖고 독자적으로 입국하려다 지난달 13일 저장성 항저우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대사관 무관부는 국방부에 전씨의 국군포로 여부를 확인했지만 생존자 명단에 전씨의 이름이 없다는 국방부 대답에 전씨를 일반 탈북자들과 동일하게 취급,대사관 경내에 머물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체포된 전씨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투먼의 한 수용소로 이송됐으나 그가 국군포로임이 확인되고 그의 북송을 저지해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일면서 '제3의' 장소로 옮겨져 조사를 받아왔다.
탈북지원활동을 펼쳐온 국내 민간단체들은 전씨의 체포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조속한 송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면서 전씨 문제는 한·중간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비난 여론에 밀려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뒤늦게 전씨의 조기 송환을 위해 중국 정부와 물밑 접촉을 벌여 마침내 그의 입국을 성사시켰다.
전씨의 경우 여권위조 및 밀출ㆍ입국 등 중국법 위반혐의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중국 정부가 전씨에 대한 약식 사법처리에 동의해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천 출신인 전씨는 고향과 대구에 누나 연옥씨(78),동생 수일씨(64) 등 가족을 두고 있다.
동생 수일씨는 이날 "50년 만에 형님을 만날 수 있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26일쯤 서울로 가 형님과 상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씨의 입국으로 지난 94년 10월 조창호 소위의 입국 이후 지금까지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국군포로는 모두 34명이 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는 4만1천9백71명이며 이중 생존 포로는 5백명으로 추정된다.
김수찬·권순철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