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일본의 신속한 광우병 대처

성탄절 전날인 24일 아침 8시10분.검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쇠고기덮밥 체인업체 '요시노야'의 아베 슈진 사장은 황급히 차를 도쿄 신주쿠의 본사로 돌렸다. 미국의 광우병감염 소 발견 뉴스를 접한 총무부 사원의 휴대전화 보고가 끝나자마자였다. 부리나케 달려 온 그의 지시로 전국 점포에 뿌릴 안내문 작성이 끝난 것은 오전 9시30분.'본 점포의 메뉴는 국제위생 기준을 통과한 엄선된 재료만을 사용합니다.' 일선 점포의 출입구 주변마다 안내문이 부착된 것은 오전 10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다. 오후 1시 30분.아베 사장은 일본 푸드서비스협회의 부회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그리고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정지가 몰고 올 후폭풍과 업계의 견해 등을 꼼꼼히 지적해 나갔다. 광우병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본은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광우병 감염소가 일본 국내에서 발견된 2년 전,광우병 공포가 가정의 식탁과 외식·유통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전체 소비량의 30%에 해당하는 22만6천여t의 쇠고기가 매년 미국에서 들어오고 상당수 메뉴를 미국산 쇠고기에 의존하는 외식업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번 소식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그러나 광우병 뉴스가 전파를 탄 순간부터 일본 정부와 업계가 취한 행동은 주목할 만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국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각료들도 "대책을 지켜보며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외식업계에서는 메뉴마다 '어느 나라 고기를 어떻게 사용했다'는 설명을 붙인 안내서를 전 점포에 돌린 업체까지 등장했다. 모두가 24일 하루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의 일 처리 스피드는 한국에 비해 느리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캐묻고 누차 재확인하는 경우가 허다해 같이 일을 하려면 답답할 때가 많다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총리까지 재빨리 거든 이날의 광경은 일본의 보통 인상과 선입견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같은 기민한 행동의 배경 중 하나는 '고객'과 '국민'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