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톨레도] 그림같은 古都…'3천년 신비'가 숨쉰다

수백년 된 그림 속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나이 들지 않는 도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가량 차를 달리면 반세기의 세월이 정지된 도시를 만난다. 1561년 필리페 2세에 의해 마드리드로 천도하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다. 톨레도의 거리에는 중세의 고풍스러움이 곳곳에 묻어 있다. 우울함이 깊게 스민 듯한 산과 들, 화석처럼 남아 있는 건물들은 1597년 그리스 출신의 스페인 화가 엘 그레코가 그린 명작 '톨레도의 풍경' 그대로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복장과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 정도다. 널찍한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도시는 타호강이 에워싸고 있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고도를 호위하듯 도도하게 도시 아래를 휘감아 돈다. 그 모양새만 봐도 이 도시의 이름이 안전지대 또는 방어지대라는 라틴어 '톨레툼(Toletum)'에서 파생됐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반대편 언덕 위에서 바라본 도시에는 대사원을 중심으로 교회탑 지붕이 곳곳에 솟아 있고 회색 가옥들이 성냥갑처럼 아기자기하게 펼쳐 있다. 기마병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난히도 좁게 만들어진 톨레도의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오랜 건물과 작은 성당, 소광장,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이 묻어 있는 발코니 등과 마주친다. 고도 여행의 흐뭇한 감동이 다가온다. 또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광장 한 쪽의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한잔의 맥주는 먼길을 온 여행객들에게 한 박자의 여유를 선사한다. 톨레도에 깃든 세월은 3천여년. 고대 로마에서부터 고트, 이슬람 정복시대와 카톨릭 군주시대까지를 거치며 도도히 역사를 헤쳐 왔다. 그래서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은 '세 가지 문화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톨레도 곳곳에선 한데 어우러진 이들 문화가 발견된다. 이슬람 교도들이 지배하던 시대에 발달한 무데하르 양식은 톨레도를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로 만들었다. 무데하르는 이슬람풍이 담긴 기독교 건축양식이다. 8백여년간 스페인을 지배하던 이슬람문화가 15세기에 들어와 기독교 문화에 자리를 넘겨주면서 발달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은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무늬, 말굽 모양의 아치 등과 어울려 스페인 고유의 건축양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무데하르 양식은 훗날 스페인 최고의 건축가 가우디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톨레도라는 도시를 거명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화가 엘 그레코다.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나 36세에 톨레도로 이주,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머물렀던 그를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라는 까다로운 본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저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어 '엘 그레코'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의 흔적은 도시의 어느 곳에서나 발견된다. 엘 그레코가 살았다는 집에서부터 거리 곳곳에서 그의 그림을 모사하고 있는 화가들, 상점마다 빼곡히 꽂아 놓은 엘 그레코 관련 엽서 등 톨레도는 곧 엘 그레코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엘 그레코의 집은 실상 그가 살던 곳은 아니란다. 1906년 스페인 국립관광국장이었던 잉클란 후작이 그레코가 살던 동네의 한 폐가를 사들여 2층 구조로 꾸민 뒤 1911년 처음으로 개관했단다. 하지만 어쩌면 역사는 사실보다는 사람들의 믿음으로 이뤄지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으니 말이다. 로마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중세 유적을 간직한 톨레도의 또 다른 명소는 카테드랄이다. 13세기 페르난도 3세 시대에 착공해 15세기에 완성된 톨레도 대사원은 지금까지도 스페인 카톨릭 총본산으로 꼽힌다. ----------------------------------------------------------------- 톨레도 관광을 위해서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충분할 듯 싶다.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성곽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도가 없어도 길을 한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면 반나절 정도에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스페인까지 직항노선은 아직 없으며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까지는 버스나 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초보 여행자라면 열차가 편리하다.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하루 9편이 운항되며 첫 열차는 오전 7시5분에 출발한다. 숙박은 성을 개조한 유스호스텔이 가격도 저렴하고 깔끔해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마드리드 여행도 톨레도에 숙소를 정하고 다녀 온다면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톨레도를 돌아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으로는 자유여행사(02-3455-0001)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바르셀로나를 돌아보는 8일짜리 이베리아 일주상품을 2백22만9천원에 내놓고 있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마드리드 톨레도 세비야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의 주요도시를 모두 관광할 수 있다. 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바르셀로나를 거치는 11일짜리 상품도 2백3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