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은혜 너무 커…" ‥ 이동훈 사장의 17년 세밑사랑

"받은 은혜가 너무 커요. 고마운 분들도 많고요. 그 분들께 직접 갚지 못한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대신 돌려주는 것뿐입니다." 이동훈 성실엔지니어링(옛 성실타공) 대표(42)의 20년 가까운 불우이웃돕기가 차가운 세밑을 훈훈하게 녹이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 응봉동 산자락 판자촌과 중랑천 둔치 천막집을 전전긍긍하며 자란 고아출신 기업가. 그는 본사가 있는 서울 대방동 동사무소에서 30일 이 지역의 가난한 초ㆍ중ㆍ고교 학생들 10명에게 장학금 1백만원을 나눠줬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연말연시용 생색내기 행사'가 아니다. 이 대표는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을 꾸리던 지난 87년부터 17년간 한두달에 한 번씩 불우이웃돕기 성금조로 동사무소에 1백만∼2백만원씩을 전달해 왔다. 이뿐 아니다. 마음이 맞는 몇몇 중소기업체 사장들과 함께 경기도 등지의 고아원과 양로원을 매 분기별로 찾아가 몇백만원씩 도움을 준다. 이밖에 틈틈이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등을 돕기 위해 쓰는 비용까지 합치면 이 대표의 불우이웃돕기성금은 중소기업인에게는 적지 않은 연간 약 3천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그는 "그저 형편에 맞춰 돕는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이 대표의 어린 시절에는 늘 배고픈 기억밖에 없다. 11세에 어머니를, 13세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16세 때까지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살았다. 동생들을 위해 13세 때부터 철판에 구멍을 뚫는 동신공업사의 급사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악착같이 타공(打孔)기술을 익힌 덕에 입사 6년 만에 공장장이 됐지만 얼마 안돼 회사는 부도가 났다. "결코 행복한 청소년기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려운 일이 찾아왔죠.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이 컸습니다. 급사인 저를 돌봐주신 사장님도 그중 한분이십니다. 회사부도로 실의에 빠졌을 때도 한 친구가 '타공기계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줘 결국 그 때 받은 돈으로 성실엔지니어링을 세워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기업인으로서 이 대표의 보람은 뭐니뭐니해도 회사가 튼튼하게 커가는 것이다. 지난 82년 대방동 5평짜리 가게에 세들어 혼자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직원이 50명으로 불고 처음 세들었던 건물(5백평)을 통째로 산 데다 경기도 이천과 평택에 총 4천평짜리 규모의 자동화공장까지 갖췄다. 하지만 이같은 보람도 그가 도움을 준 아이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커가는 것을 바라보는 감동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15년전 전기조차 끊긴 서울 신길동 반지하 골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살아가던 초등학교 6학년짜리 꼬마 서정호씨(27ㆍ가명)도 이 대표에게 큰 감동을 줬다. 이 대표의 도움으로 대학(한양대 공대)까지 무사히 마친 서씨는 졸업 후 성실엔지니어링에 입사하려고 했지만 이 대표가 "더 큰 물에서 놀라"며 받아주지 않아 지난해 LG연구소에 입사했단다. "비록 저는 제대로 못배웠지만 정호 같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게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남에게 뭔가를 베푸는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은 직접 실천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겁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